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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Jun 11. 2024

커피는 아직도 시원했다

“매장앞 차량 이동부탁드려요” 문자가 왔다. 차로 걸어 나가는데 짜증이 솟구치듯 일어났다. 이제 시원한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막 집중하려는 찰나였기 때문이다. 성격이 예민해서 이런 방해에는 분노가 크게 일어나는 편이다. ‘아니 지금 막 시작하고 있는데. 아! 아까 보니까 차 댈 곳도 없던데. 주차하지 말라는 안내도 없었잖아? 지난번에는 별말 없더니. 바로 옆 가게 왔는데 괜찮은 거 아니야? 주차선이 그어진 곳도 아니잖아? 아니 그런데 띄어쓰기는 왜 틀리는 거야?’ 차에 타면서 간판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살짝 복수하고 싶은 마음, ‘얼마나 대단한 가게인지 한 번 보자’ 하는 마음, 가게 이름이라도 기억하겠다는 마음. 주차할 곳을 찾아 동네를 빙빙 돌면서 불만은 더 커져만 갔다.


좀 멀리 떨어진 곳에 간신히 주차했다. 아직 오전인데도 무척 더웠다. 표정이 일그러졌다. 마치 열기가 양손으로 내 얼굴을 누르는 듯했다. 걸어가며 휴대폰을 열었다. 비꼬는 답장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차를 이동했다. 만족스럽냐? 나를 이렇게 방해해 놓고 당신 가게는 얼마나 잘되나 보자.’ 이런 뉘앙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친절해 보이는 말을 떠올리며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


한참 단어를 고르고 있는데, 문득 헛웃음이 나왔다. ‘뭐야, 이렇게 유치할 일이야?’ 부끄러웠다. 그 사장님 입장에서는 매장 앞에 자기 손님이 주차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고작 차 하나 이동해 달라는 부탁이 이렇게 이를 갈면서 분노할 일인가? 내가 감정적으로 예민하다고 이런 식으로 미성숙하게 반응하다니. 문자를 썼다. “이동했어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미소 짓는 이모티콘도 붙였다. 그러자 바로 감사하다는 답장이 왔다. 이모티콘과 함께. 내 입가에는 미소가 찾아왔다. 불만도 원래 있었던 적이 없었다는 듯 어느새 다 사라져 버렸다. 돌아와서 자리에 앉았다. 커피는 아직도 시원했다.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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