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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Oct 26. 2023

아... 첫 문장, 오또카지?

김민영의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를 읽고...

읽은 책 :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저자 : 김민영

출판사 : 청림출판 (2011)

작성 일시 : 2023년 10월 26일 (목) 오후 3시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해 버리자.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는 책 리뷰의 첫 문장을 쓰는 두려움이 없어지지 않는다"라고.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이라 생각이 많이 복잡해져서 그런 것일까. 두려움이라는 단어에 갑자기 압도당해서 그런 것일까? 잘 알지 못하겠으니 우선은 첫 문장을 이렇게 마무리 하자. 그러면 이제 짠! 첫 문단이 끝났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살짝 요약해 주자. 

“이 책은 글쓰기가 두려운 '초보'에게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퇴고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서이다. 저자는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 마음속의 '빨간 펜'(33)을 갖다 버려야 한다고 한다. 자기 자신을 검열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 후에 글의 구조도 살피고, 흐름도 보고 글을 매력 있게 만드는 여러 가지 방식들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필사도 하고 퇴고도 하면서 글쓰기 근육을 키워나가면 언젠가는 글을 잘 쓰게 될 것이다.” 

요약은 이 정도로 하면 될 것 같다. 요약하려면 에너지가 많이 드니까 보통은 귀찮아서 안 하는 편이다. 하지만 저자는 나에게 두 번(73,106)이나 지적했다. 나 혼자만 재미있는 글이 아니라 독자를 배려하는 글을 쓰라고. 앞으로는 서평이나 감상문을 쓸 때 줄거리와 요약을 친절하게 적어보도록 하자.


자 그다음엔 뭘 또 쓸까? 저자에 대한 칭찬을 좀 쓰고 나서, 책의 좋은 내용이 올드한 예시(UCC, 미니홈피…)와 함께 과거로 밀려났다고 아쉬움을 토로해 볼까? 첫 문장이 겁났었던 내 에피소드를 쓸까? 최근에 나온 글쓰기 책들과 장단점을 비교해 볼까? 

아…. 아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다. 음…. 좀 쉬었다 와야겠다… 자의식을 좀 진정시키고 다시 와야겠다.


여기까지! ‘이 책을 리뷰하는 마음탐험가의 마음의 실시간 중계’라는 주제의 글이었다. 글을 시작할 때 의식의 흐름에 손가락을 맡겼더니 저런 글이 나왔고, 글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나도 방금 알았다. 아마 좋아하는 작가의 책에 대한 글을 색다르고 재미있게 쓰고 싶다는 무의식적 욕망이 아이디어를 냈을 거 같고, 의식적 욕망이 그것을 검열해서 적당히 편집을 가한 후에 글을 내보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무리수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작가님은 글을 쓸 때 자기 검열을 하지 말라(33)고 하셨는데, 여기까지 서술한 모든 내용이 이미 자기 검열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글은 다음 단락으로 넘어갈 것인가, 아니면 지워지고 더욱 검열된 글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


다행히 글은 이 단락으로 넘어왔다. 잘 살아남았다. 기특한 내 새끼. 그러니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부분을 하나 더 이야기해 보자. 책을 읽으면서 내가 따로 기록해 두었던 질문이 있었다. 조만간 작가님을 만나면 물어보려고 했던 것인데, 놀랍게도 그 질문에 대한 답도 이 책에 기록되어 있었던 거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초고를 아무런 검열 없이 쓰면(32) 글의 논리전개가 엉망진창이 됩니다. 그래서 개요를 짜서 글을 쓰면(74) 글을 쓰다가 다른 아이디어가 계속 떠올라서 개요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 나는 이런 답변을 얻었다. “문제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넘치는 생각과 솟아오르는 감정을 정리하지 못해 힘들어하지요.” (132) 


와. 맞다. 정말 멋진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이 책에 대해서도, 이 책과 관련한 나의 이야기도 누군가 들어준다고 약속만 한다면 2박 3일을 풀어낼 수 있을 거다. 그렇게 할 말이 많은데 하지 않고 있었던 게 문제다.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이 고개를 쳐드는 거다. 그러니 초고는 엉망진창을 넘어선 혼돈의 예술의 경지에 다다르고, 개요는 계속 달라져서 없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무의 경지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었다.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되다니,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그렇다면 나의 해결책은 간단하다. 이제는 글을 쓰자.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말고,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자유롭게 글을 쓰자.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  왜 진작 그리하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는 것. 바로 자기 검열 때문 아니겠는가. 그러니 이제 글을 쓰리라.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글을. 그렇게 디톡스를 좀 하고 나면 공적인 글을 쓸 때도 자기 검열이 많이 사라지겠지.


자 이제, 이렇게 어지러운 글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첫 문단의 내용을 비트는 스킬을 써보자. 첫 문단은 첫 문장의 시작을 두려워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마무리해버리자. "누구나 첫 문장을 쓰기 두려운 순간이 있다. 첫 문장뿐만 아니라 마지막 문장을, 아니 글 전체를 쓰는 것이 두려운 순간이 있다. 그럴 때 기억하자. 원래 내 글은 내가 쓰는 것임을. 나만이 나처럼 글을 쓸 수 있음을.” 그러면 이제 짠! 마지막 문단도 끝났다.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해, 모임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트리로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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