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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에 대한 단상 (2)

휴직한다고 아이가 잘 크니?

지난 번에 육아휴직 제도에 대한 짧은 생각과 회사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적어보았습니다. 말미에 언급한 부분이 있었죠. 가끔 대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몇몇이 저에게 물어보곤 합니다.


“휴직을 하니, 아이가 정말 잘 크고있냐?”


아마도 바쁘게 일하고, 사업하고, 돈 벌고 하다보니 당사자들은 제가 누리는 호사를 누려보지 못한 마음에 물어본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너무 삐딱한가요? 사실, 그렇게 바쁜 친구들은 저보다는 더 돈도잘 벌고, 직급도 저 위에 있고, 큰 일들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라 바쁠 수 밖에 없습니다. 각자가 선택한 결과에 따라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참 저출산 및 육아제도가 다양하고 많이 있어서, 더 많은 제도보다는 사용확대나 사용에 따른 대책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을 했었죠. 그 친구들도 이런 것의 피해자(?) 일 것입니다.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하지 못했던 상황과 여건으로 아내들만 독박육아가 되어버린 영향이 클거에요. 누가 아이랑 지지고 볶기 싫을까요. 본인들은 호사를 누리지 못한 아빠 육아휴직의 효과가 진짜로 있는지 궁금했을 것입니다.

저 질문에 저는 사실 답을 잘 못했습니다. 우물쭈물 하였고, ‘아이가 크고 있으니 봐야겠지...’라며 급 마무리를 지어버렸습니다. 정말로 아빠가 육아를 일정기간 전담한다고 효과가 있을까요?

사실, 전문가들은 아빠가 휴직한다고 반드시 의미있는 결과가 있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부모가 자라는 내내 맞벌이를 해서 전문 베이비 시터한테 맡겨도 잘크고, 어릴 때부터 학원 뺑뺑이를 해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으며, 미래에 훌륭한 일을 할 아이들은 많을 것입니다. 아동전문가들 중에는 휴직보다는 매일매일 아빠가 퇴근 후에 최소 10분이라도 아이의 눈을 마주보며 놀거나, 만들거나, 대화를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해요. 수박 겉 핥기 식의 육아가 아닌 10분정도의 진심을 통한 교류로 아빠와의 애착을 차곡차곡 쌓으라는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아이는 잘 크고 있는가? 지금 현 시점에서 적어보면, 첫째는 부모 터치없이 정말로 잘 커주고 있고, 스스로 척척 알아서 하고 있습니다. 사춘기로 들어가는 중이라 거기서 보여지는 모습들이 부모 입장에서 아쉬울 뿐이지요.

둘째 아들은 남이 보기에는 잘 큰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일지 모릅니다. 현재, 틱 증상도 있고, 풀 배터리(아이 심리)검사 결과 주의력결핍장애 증상도 다소 있어요. 심지어, 1학년 때는 학폭도 당해서 경찰, 교육청 조사까지 받아서 상대방의 이실직고까지 받은 적도 있습니다. 육아 참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친구들의 질문에 당당히 잘 큰다고 답을 못한 제 자신이 밉기도 합니다. 불안도가 높고, 부정적인 생각이 다소 많은 제 자신이 싫어지기도 하죠. 저는 가끔 상상합니다.

“거봐! 니가 휴직한다고 잘 크지도 않잖아. 이런 제도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 못 쓰는 사람만 피해보는 구조잖아.” 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그러지마!! 날 괴롭히지 말아줘!!

제 생각이나 친구들 생각이나 모두 다 틀린 것은 없습니다. 우리 둘째가 저러한 것은 선천적일 수도, 부모 육아에 의한 후천적인 영향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간 심리상담사분과 아이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볼때, 제가 휴직까지 해서 돌보기라도 했기 때문에 더심해지는 것은 막았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휴직의 효과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1. 아이가 제일 부모로 필요로 하는 시기에 우리 부부는 언제나 옆에 있었고, 아이들의 눈을 보면서 열심히 대화를 했기에 후회없다.

2. 아이의 귀여움이 절정에 이르는 3~7살을 매일 같이 보내서 늘 추억할 수 있고, 아이들 사춘기부터는 이 시기가 제일 그리워질 것 같다.

3. 아이들의 조부모도 할빠할마가 되지않고, 나름 각자의 노후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4. 자기 전 아이들이 기도할 때 언제나 엄빠의 건강을 기원해주고, 안아주며 오늘도 아빠와 놀아서 행복했다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들 덕에 참 행복하다.

5. 아내도 경력단절없이 일도하고, 돈도 벌고 자존감이 상당히 높아졌다.

6. 서로의 입장이 되어보니 사소한 것으로 다투는 일도 줄고, 이해심은 배가 된다.'

이거면 되지 않을까요?

언제 어디서나 바쁘게 일들을 하면서 육아를 하는 맞벌이 부모들, 독박육아를 하는 할마할빠엄빠들. 육아는 멋진 일입니다. 모두 존경스럽고, 항상 저도 배우고 아이와 함께 성장해봅니다.

언제 어디서든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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