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리더십이 우리 브랜드와 맞지 않아요.

그리고 나는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by 온이 Eoni

“회사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 같아요.”

“리더십 스타일이, 우리 브랜드와는 맞지 않아요. “


리테일 매장 부매니저로 일하던 어느 날, 나는 이런 말을 들었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 그중 몇 명은 다른 매장에서 오래 일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나를 새로 온 관리자쯤으로만 여겼고,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한국식 조직 문화에 익숙했다. 명확한 상하 구조, 빠른 보고와 정확한 지시, 실수에 대한 빠른 피드백. 그게 내가 배운 ‘일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달랐다. 사람을 먼저 생각했고, 관계를 중요하게 여겼고, 리더십도 코칭을 바탕으로 했다.

나는 그런 문화가 좋아서 이곳에 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문화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 스타벅스에서 마주친 날이 있었다. 그들은 나와 함께 있던 직원에게는 밝게 인사했지만, 나는 투명인간처럼 지나쳤다. 나는 그 순간, 작아졌다. 그리고 그날 밤, 나를 많이도 탓했다.


‘내가 부족해서 그래.’

‘내가 문화를 잘 몰라서 그래.’

‘내가 더 다가가야 해.’

“너무 성급하게 이직했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 하나? “


그래서 애써 다가가려 했다. 말을 편하게 건네고, 농담도 섞어보고, 함께 근무하는 날엔 분위기를 살리려고 더 노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관계는 멀어지고 나는 점점 더 지쳐갔다. 그들과 함께 근무하는 날이면 출근길이 무거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리더십 교육에서 이런 문장을 들었다. “피드백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상대에게 필요한 말을 전하는 것이다.”


그 말이 나를 멈춰 세웠다. 그동안 들었던 말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회사 문화를 몰라요.”

“우리 브랜드 같지 않아요.”

그건 피드백이 아니었다. 그저, 그들의 판단이었고 의견이었을 뿐이었다.


진짜 피드백은, 상대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알려주고, 그 행동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말해주는 것. 마치 중요한 소개팅을 앞둔 친구의 이 사이에 낀 고춧가루를 발견 했을때 처럼, 살짝 말하는 내가 말하기 민망할수 있지만 사실을 말해주는 것. 상대를 위한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


나는 그날 이후, 나의 리더십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먼저, 팀원들에게 애정을 갖기로 했다.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호기심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그리고 어떤 말이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닌,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말을 조심스럽게, 진심으로 전하려 노력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내가 리더가 되어가는 중이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경험은 일터를 넘어, 내 일상도 바꾸었다. 가족과의 대화, 친구와의 대화에서도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를 위한 말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그저, 좋은 리더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진짜 리더십의 시작점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도 나는 누군가에게 선물이 될 수 있는 말을 건네기 위해, 한 걸음 더 천천히, 그리고 따뜻하게 걸어가기로 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3. 아니 아니, 너의 꿈이 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