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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조이 Sep 19. 2020

무엇을 읽고 쓰나요?

북큐레이션과 북저널링


몇 년간 책모임을 운영하고 내린 여러 결론 중 하나. '도서 선정'과 '감상 나눔' 이 두 가지만 잘 되어도 괜찮은 책모임으로 소문난다는 것. 큐레이션과 쉐어링의 영역을 말하는 거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독서모임의 수요자가 진실로 원하는 건 아하! 하고 감탄하게 하는 북큐레이션이다. 그 다음으로 원하는 건 읽은 걸 잘 소화해 독서감상을 말하든, 글쓰든 어쨌든 쉐어링하는 것이겠다. 책모임 회원은 대체로 이 두 가지 서비스를 취하기 위해 회비를 낸다. 큐레이션된 책을 읽고, 감상을 쉐어링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나고. 



경이와믿음의 북큐레이션과 북저널링



책을 손에 든 사람들이 모여 작은 책방을 이룬다고 시작한 경이와믿음의 큐레이션과 쉐어링은 어떨까? 이번 글에서는 경이와믿음 원더들이 모임을 오픈하기 전 큐레이션하는 모습, 그리고 경이와믿음에 모인 이들이 쉐어링하는 모습을 간단히 스케치해보려 한다.  


                                                


큐레이션




경이와믿음 북큐레이션에 대한 질문들



경이와믿음에 모임이 열리지 않고 있다면, 그 시간은 북큐레이션을 하는 시간일 테다. 경이와믿음은 책 고르는 일을 쉬지 않는다. 책방에서 책 고르는 일을 쉬면 어쩌자는 말인가. 서가에 꽂힌 도서의 제목들을 부지런히 읊어내리는 것, 베스트셀러니 스테디셀러에 연연하지 않고 숨겨진 보석을 발굴하는 마음을 갖는 것, 원더인 나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해줄 것인지 아이처럼 상상해 보는 것, 세상에 쌓여가는 수많은 책들 중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사색하는 것.. 이것들이 경이와믿음 원더들이 누리는 은혜이자 경이이다.  



경이와믿음에서 그간 읽은 책들 일부



경이와믿음 큐레이션 하면 또 떠오른 것 하나, 크리스천독서커뮤니티임에도 신앙서적만을 읽지 않는다는 점. 많은 이들이 이 점에 마음이 움직여 경이와믿음에 발걸음한다. 크리스천들과 소설을 읽는다면, 교회언니들과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신앙인과 나이듦에 대해, 브랜딩에 대해 읽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인간의 위대함이 강조된 소설 속에서 하나님을 묵상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혹은 신앙과 일의 경계에서 고민하고, 믿음과 일상의 괴리에서 힘겨워 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안식이자 쉼, 영혼의 바캉스 같은 느낌 아닐까?


경이와믿음 초기 관계자에게 지난 1년 반 동안의 시간에 회원들과 함께 읽은 책들 중 가장 뜨거웠던 반응이 있던 도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 무엇일지. 큐레이션 에피소드와 함께 언급한 도서는 <나를 일으키는 백만 가지 방법>과 <겸손한 뿌리>. 


 

나를 일으키는 백만 가지 방법 & 겸손한 뿌리



둘다 신앙서적이다. 전자는 하나님이 세상의 가장 높으신 창조자이자 예술가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 안에서 시작되는 예술 본능, 예술적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후자는 올 여름 북캉스를 뜨겁게 달군 책이다. <겸손한 뿌리>를 발견했을 때, 진한 녹색 바다 아래서 빛나는 진주를 본 것 같은 심정이었다고 한다. 원예일기인지 신앙일지인지 헷갈리는 이 책은 '교만'과 '겸손'에 대한 묵상의 진수를 보여준다. 북캉스가 끝난 이후 이 책은 이곳 저곳에서 누구 누구들에 의해 소개되고 있단다.     




쉐어링, 저널링



아직 내가 원더로 참여하기 전 그러니까 경이와믿음에 단순 참여자로 있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매일 읽고 쓴다고? 나도 글쓰기 훈련은 꽤 받아왔지만 책모임 사람들과 '매일' 원더의 리딩가이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읽고 쓰기'를 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뒷감당에 자신이 있단 말인가?

맞다. 경이와믿음의 북쉐어링은 쉐어링 중 가장 고난이도라는 '저널링(journaling)'이다. 경이와믿음 모임에 처음 오신 분들이 첫날 미션을 받고 부랴부랴 개인 SNS(블로그 혹은 인스타그램)를 오픈하는 이유다. 글로 읽은 것, 글로 남겨 보시라고 권한다. 유명 문인들이 여기저기서 강조하고 있으니 굳이 또 말하지 않겠지만 '기록'은 얼마나 쓸모있는 것이던가. 특별히 신앙인에게 기록은 '나를 붙들어 오신 당신을 기억합니다.'의 의미이므로 경이와믿음은 이 과정을 포기할 수 없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글 쓰지 않는 삶을 사는 이들이 경이와믿음 알기를 포기하게 될까봐 덧붙여 설명드린다. 동료들이 다 글을 쓰고 있는데 나는 글을 안 쓸 수 없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저널링은 권장사항일 뿐 의무가 아니니 성령이 당신에게 주시는 대로 쉐어링을 하면 되겠다. 



북쉐어링의 다양한 방법들



손글씨 쓰는 재주가 있다면 책 속의 문장들을 다시 써서 나눠보라. 손글씨 재주가 없는 이들에게 이런 나눔은 마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흡사해서 나누는 그 순간 은혜가 배로 커진다. 실천을 강조하는 책을 읽고 있는 중인가? 그럼 구체적인 실천일지를 나눠보라. 6천 보를 걷기로 했는데 3천 보밖에 못 걸었으니 오늘은 좀 덜 먹었다는 식단일기처럼. 의지력이 약한 누군가에게 이 실천일지는 동기를 전해주는 선물이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 각 사람에게 부여하신 지, 정, 의의 총량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우리는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하고 또 다채로운 신앙의 색깔들을 갖는다. 우리는 모임 안에서 그저 이 다채로움을 누리면 된다. 책방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다양한 방식의 쉐어링을 함께 경험하며 우리의 쉐어링을 통해 단 한 분, 예수 그리스도께서 높아지는 것을 보면 되는 것이다.   





매회의 글을 마칠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그득하다. 문장으로 전달할 수 없는 은혜인 건가, 은혜를 문장으로 전달할 수 없는 부족한 필력인 건가. 점점 구독자가 생기고 있는 것 같은데 분발해야겠다.   



@wonder_n_belief

@innerjoy_moms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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