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준비하면서 저는 가장 집중했던 것이
나의 두려움을 알아차리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선언하라'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선언의 효과가 실제로 그렇게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퇴사를 결심했을 때 주변 지인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했습니다.
"나 퇴사할 거야!"
"퇴사해서 내 것을 하고 싶어"
저는 퇴사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에게도 한 가지 큰 걸림돌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부모님이었습니다.
'부모님에게 어떻게 말하지..? 100% 반대할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그냥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고 퇴사를 해버리고
직장을 다니는 것처럼 연기를 할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저로서는 굉장히 피곤한 거짓말이 될 것 같았죠.
그래서 부모님에게 설득을 하기로 마음먹은 날부터
저는 매일 저의 마음 상태를 부모님께 공감했습니다.
역시나 부모님은 거세게 반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 저의 변치 않는 마음을 확인시켜 줬고
다시 재취업을 할 것이라고 안심도 시켜줬습니다.
그러고는 부모님 앞에서 출근하기 전 아침에 확고하게 말했습니다!
"나 사직서 내고 올게!! 내가 퇴사하고 오면 축하해 주라고!"
부모님은 당당한 저의 모습을 보고
약간 황당한 듯 반응은 했지만
확실한 부정의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아 부모님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못하겠구나. 내가 스스로 선택해도 되겠다.'
나의 두려움을 부모님에게 투사하다
저는 마침내 부모님의 걸림돌이 사라진듯했습니다.
그리고 잃었다고 생각했던 나의 삶에 대한 선택권과 주도권을 다시 얻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직서를 쉽게 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언을 구하고자 먼저 공무원 퇴사를 하셨던 지인에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저의 상황을 이미 인지하고 있으셨던 지인분이 물었습니다.
"(사직서) 내셨나요?"
그에 따른 대답으로 아래 내용을 쓰다가 멈췄습니다.
"아니요.. 부모님이 너무 반대를 하셔서.."
무의식적으로 답변을 쓰다가 불현듯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엇.. 나 왜 부모님 뒤에 숨는 거지?'
저는 자신 있게 지인들에게 퇴사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다녔지만
막상 실행하지 못하고 그 핑계로 '부모님이라는 카드'를 쓰고 있었던 겁니다.
그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아.. 나 지금 두렵구나. 부모님이 아니라 내가 두려운 거구나..'
부모님도 저의 퇴사 발언에 걱정을 하신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진짜 두려워서 결정을 못 하고 있는 건 나 자신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의 두려움을 부모님에게 투사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때부터 저는 내면으로 깊이 들어갔습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를 마주하고
그 감정이 나의 몸에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어떤 생각들을 만들어내는지 들여다봤습니다.
그렇게 나의 두려움을 흘려보낼 수 있었습니다.
친오빠가 자신의 두려움을 나에게 투사하다
저는 두려움이 저에게 사라졌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다음 날 아침, 저의 소식을 들은 친오빠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굉장히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막내딸^^)
오빠는 현재 해외에 있는데
카톡으로 다짜고짜 연락이 옵니다.
"너 왜 퇴사해?"
저는 왜 퇴사를 하고 싶은지 이유를 설명하고
앞으로의 대책도 나름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오빠는 퇴사하는 것 자체는 괜찮은데
"안정적으로 이직할 곳을 정하고 나가라"는 말을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나열해서 보냈습니다.
오빠는 조금 흥분한 듯했습니다.
이런 오빠에게 저는 과연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저는 굳이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저의 안에 어떠한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 안에 두려움이 아직 남아있었더라면,
저는 이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아 그런가.. 오빠의 말이 맞는 것 같아..'
또는 이렇게 반응했을 수도 있겠죠.
"내가 알아서 할 건데 왜 자꾸 간섭이야!" (현실 남매 버전)
그렇다면 오빠는 왜 이렇게 흥분한 것일까요?
오빠는 본인이 지금 두려운 상태에 있는 겁니다.
그것은 나의 두려움인가요?
오빠의 두려움입니다.
오빠는 현재 재직 상태에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이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몇 번의 실패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본인에게는 이직이 어려운 일이고
그것이 두렵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물론, 저의 추측일 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의 두려움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느끼고 인지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인지할 수 있어야
나의 선택을 꿋꿋이 지지할 수 있습니다.
투사에 속지 않으려면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습니다.
우주의 만물이 그렇습니다.
가끔은 이것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면
타인의 감정을 나의 감정으로 오인하기 쉽고
또는 나의 감정을 애초에 알아차릴 수가 없게 됩니다.
이것은 엄청난 에너지 소비와 시간 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나의 진짜 감정'을 알아차리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 힘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바로 관찰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 또한 훈련으로 기를 수 있습니다.
인생은 선택의 순간의 연속입니다.
때로는 퇴사와 같이 인생에서 큰 결정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퇴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후회 없는 결정'을 하는 법을 습득했습니다.
내면의 '진짜 나'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게 되면
생각이 명료해지고 선택이 확실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어떤 길을 가든
내가 행복해지는 길을 향해 걸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