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극히 극한적 내향인 성향을 갖고 있다. 남들 앞에 나서서 말하는 것도 싫어하고, 조용한 곳에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이런 성격에 검사, 스타트업대표, 로펌대표를 하고 있다. 이런 직업들이 내향인들이라고 못할 것도 없지만, 내향성이 강한 내가 그런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내향적인 사람보다는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직장에서도 외향성 인간이 선호하는 자리에 가장 먼저 오른다. 그러다 보니 우리 부모님들도 자신의 자녀들에게 외향성을 갖도록 훈육한다. 자신이 아이들이 남들 앞에서 쭈뼛거리면 마치 ‘루저’라도 되는 것처럼 내향성을 즉각 고치려고 든다.
나 역시 어렸을 때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어른들 앞에서 노래와 춤을 추었고, 반장선거에도 나가고 그랬다. 부모님도 우리 아들이 사회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아무래도 외향성을 갖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그런데 부모님과 나의 수십 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의 내향성향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내향성이 나이 들면서 더 강해지는 느낌이다. 다수의 사람들과 교류하기는 싫어하지만, 맘에 맞는 소수의 사람들과는 더 자주 재밌게 사교한다.
낯선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에 가면 급하게 에너지가 소진되어 없어진다. 집에 돌아와서는 기진맥진하여 ‘오늘도 잘 이겨냈어. 잘했어.’라며 나 자신을 칭찬한다.
최근에 내향적인 내 눈에 나보다 더 내향적인 대기업 총수, 잘 나가는 정치인, 변호사 등이 눈에 들어온다. 내향적이긴 하나, 그 장점을 잘 이용하면 외향적인 사람들 못지않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인류의 절반가까이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내향적인 사람이다. 그들이 현재까지 그 유전자를 이어받아 살아남아 있는 것만 봐도 생존에 영향을 주는 열등인자는 아닌 것은 명백하다.
내향적인 사람의 장점은 일단 침착하고 신중하고,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들이 내향인이고, 기업가들 중 상당수도 내향인이다.
외향적인 사람들의 장점은 자신들의 장점을 명확하게 표현하여 유리한 지위를 선점한다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어려서부터 봐온 내향인들은 자신들의 성격을 외향인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억지 외향인들이 많이 생성되었다. 자신의 본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심적으로 고통도 받는다. 나와 같이 공황장애도 겪는다. 연기자가 아닌데 연기를 본업으로 매일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나는 특히 검사시절에 내적으로 많은 갈등을 겪었다. 검사는 그 직업자체가 외향적이다. 다른 사람을 추궁하여 범죄를 발견해야 하고, 법정에서 유죄를 받아내기 위해 스피치도 해야 한다.
그런데 뒤돌아보면, 그럭저럭 탈없이 잘 해낸 것 같다. 내적으로 힘들어하긴 했지만, 검사들 야유회에서 사회자로, 신임검사들을 가르치는 검사교수로 외향성을 드러내면서 잘해왔다. 퇴직 후에 의뢰인들 설득하고, 검사와 판사를 설득하는 일도 그럭저럭 잘해왔다. 직원 80명의 로펌도 운영하는데 내향성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왜 그럴까?
작지만, 성공적인 경험이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왔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자신감도 붙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향인의 장점들을 나도 모르게 발휘했던 것 같다. 집중력이 뛰어나고 책임감, 실행력이 강하다. 먼저 말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의 말을 잘 경청하고 공감한다. 이러한 능력들이 어찌 보면 리더로서의 자질을 만들어 준 것 같다.
내향인들은 내면의 힘에 집중하는 기질이 있다. 잠재의식의 힘을 믿고 따른다. 그리고 자신이 소망하는 것을 내면에서 그린 후에 그것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데 장점을 갖는다. 한마디로 상상력과 실행력이 좋다.
그리고 리더십이라고 항상 주위를 압도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나와 내 주위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내 책임이라고 인정하고, 그에 책임을 지고, 사람들에게 섬세하게 반응하는 리더가 더 훌륭한 리더일 수 있다.
내가 너무 소심하다, 너무 부끄러움을 잘 탄다,라는 생각보다는 나는 장점 많은 내향인이라고 생각하자.
주변에 성공한 내향인들이 정말 많다. 티브이 뉴스만 틀어놓아도 내 눈에는 수많은 잘 나가는 내향인들이 보인다. 비록 그들이 외향인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 해도 말이다.
두려움을 나아갈 용기로 바꾸는 힘이 강한 내향인. 자신이 생각한 대로 설계하고, 현실화를 추진하는 힘이 강한 내향인. 나는 오늘도 그런 내향인으로 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