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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통증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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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엘릿 Feb 27. 2022

통증에도 순기능이 있을까

눈 씻고 찾아본 통증의 쓸모


언젠가부터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신체 통증을 좀 더 쉽게 느낀다고 생각했다. 며칠을 과제한다고 열심히 마우스 클릭을 한 뒤부터는 조금만 무리하면 손목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후로 컴퓨터 작업을 조금 오래 하거나 피아노를 감정적으로 세게 무리해서 치면 손목이 심하게 저리기도 한다. 


조금 삐딱한 자세로 앉아 있으면 어느새 허리가 아프다. 약간만 짝다리로 서 있어도 무릎이 아프다. 어떤 사람들은 이동 중에 이어폰을 귀에 계속 꼽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이어폰으로 음악이든 무엇이든 한 시간 이상 듣고 있으면 귓구멍이 아프고 그 통증도 오래간다. 헤드폰은 조금 낫기는 한데, 그것도 얼마 지나면 비슷하다. 어떤 사람들은 청력이 거의 소실될 때까지 고통 없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기도 하고,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망가질 때까지 어떤 신체 부위를 쓰게 되는 걸 보면, 내가 너무 몸을 사리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해 낸 통증의 순기능이 있다면 자신을 보호해 준다는 것이다. 길을 걷다가 찔려서 발에 상처가 났는데,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면, 누군가 발견할 때까지 계속 피를 흘린 채로 그 상처를 방치하다가 감염이 되기도 하고, 더 덧나게 되며, 바로 발견했을 때보다 상처를 치료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통증은 나의 잘못된 자세에 대해서 자각하게 해주고, 몸이 심하게 망가질 때까지 방치되지 않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그런 나의 통증 시스템에 대해서 좀 더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한 분야를 파고들어 전문가가 되는 것을 권장하는 사회이므로, 신체에 무리를 주는 직업병도 하나 정도는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러나 내 몸도 소모품이어서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마우스 클릭의 개수나, 앉았다 일어나는 횟수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의 몸은 신비로워서 기계와 달리 쓸수록 강해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 불완전한 몸뚱이로서의 한계는 있지 않은가. 죽을 때까지 웬만해서는 다시 갈아 끼기도 힘드니, 내 몸은 내가 사려가면서 쓸 거다. 돈 많이 벌었다고 해서 나 대신 아파줄 다른 사람을 고용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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