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지키려는 치열함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일찍 잠에 들려고 했는데, 못 자고 있다. 자기 전에 진통제 한 알을 먹었는데, 대략 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약이 들지 않는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진통제를 한 알 더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 글을 마칠 때 즈음에는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나는 원래 진통제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웬만큼 아파서는 양약을 잘 먹지 않으려고 했는데, 진통제의 부작용이나 내성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가 사는 이 땅에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게 되고, 초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두통에 시달리게 되었다. 일을 포함해서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마스크를 끼거나 밖에 나가지 않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두통 때문에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니, 공기오염이 극심해진 시대의 변화에 맞춰 나는 진통제를 그렇게 내 삶에 받아들였다. 다른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하였다.
진통제를 필요할 때마다 약국에서 사 먹으면 너무 비싸서, 한 통씩 사서 작은 약통에 담아두고 가지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마다 복용한다. 머리 아플 때 말고도, 다른 곳이 심하게 아프면 이젠 지나치게 버티지 않고 진통제를 먹는다. 그러나 내가 약에 의존하며 살고 있는 정도는 아니다. 진통제가 없으면 불안하다거나, 없으면 못 살겠거나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진통제가 없으면 삶의 질이 현격히 낮아질 것은 분명하다.
언제부터 아픈 것이 당연해지게 된 걸까. 미세먼지가 당연한 게 아닌 것처럼 아픈 건 당연한 게 아닌데.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받아들이게 되면, 몸이든 마음이든 결국 아프기 마련인가. 그저 받아들이고 살고 싶지 않은데, 자연의 흐름 속에서 일개 범인은 아무런 힘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