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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통증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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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엘릿 Feb 27. 2022

식물은 통각이 없다

잘린 곳에서 피어나는 꽃


예전에 즐겨봤던 드라마의 음원 앨범이 있다. 타이틀은 "연애시대 쏭북". 이 앨범을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열심히 들었던 시기가 있는데, 앨범 표지에 보면 "식물처럼, 연애하라"라는 말이 쓰여있다. "식물처럼"이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지 계속 생각해 보았다.


논란의 여지는 아직 조금 남아있지만, 식물은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통각 수용기도 없고, 통증을 느낄 신경계도 없다. 그럼 식물처럼 연애하라는 말은 식물처럼 아픔을 느끼지 않고 사랑하고 연애하라는 말이 아닐까. 


내가 즐겨보는 다큐멘터리에서 어떤 정원사가 집을 아름다운 장미 정원으로 가꾸었다. 정원사의 정성과 솜씨가 정원 곳곳에서 그대로 드러나서, 재미있게 시청했다. 정원을 손질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정원사는 가위로 장미의 가지를 여기저기 잘랐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정원사가 말하길 가지를 자른 곳에서 장미꽃이 핀다고 했다. 그래서 어디서 꽃이 피면 예쁠지를 생각해 보고 그 위치를 자른다고 했다. 장미가 부러웠다. 잘린 곳에서 예쁜 꽃이 필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픔을 느끼지 않을 거라는 것도. 


나는 왜 그 부러움으로 또 마음이 아픈 걸까. 아픔 없이 평화롭고 싶다. 식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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