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 & Soul
어느 날 나는 매우 선명한 꿈을 꾸었다. 꿈속의 나는 아무 옷도 입지 않은 채로 욕조에 몸을 기대며 쉬고 있는 내 신체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그 몸은 의식이 없었다. 죽어있는 싸늘한 몸은 아니었으나 최소한 의식이 없었다. 나는 낑낑거리며 그 몸을 끌어올려 일으키려고 했으나, 그 몸 덩어리는 축 늘어져 있었고 무거웠으며, 자꾸 몸으로부터 미끄러지며 빠져나가려 했다. 그 몸이 미끄러질 때 내가 느꼈던 그 촉감과 중력을 거슬러 그 몸을 들어 올리려는 나의 고군분투가 매우 생생했다.
나는 꿈을 많이 꾸는 편이기는 하지만, 꿈을 꾼 후에 대부분의 꿈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냥 그날엔 꿈을 꿨다는 느낌만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꾼 그 선명한 꿈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 꿈을 통해서 나의 무의식이 나의 의식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싶었을까.
내가 현재로서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그 꿈을 꾼 시기의 나는 나를 이루는 전체 요소들 중에서 내 신체를 제외한 부분만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지성, 감정, 목소리, 의식, 표정, 시선과 같은 물성을 가지지 않은 것들은 살아가고 있었지만, 나의 얼굴, 다리, 배, 등, 엉덩이, 머리, 관절 등과 같은 나의 물질적인 신체 부분들은 전혀 주인으로부터 인지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었다.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까, 의식으로만 살아지게 되지, 우리의 의식이 살아가는 집인 우리의 몸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시간이 길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몸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방법 중 하나가 나에게 통증으로 신호를 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 통증이 아니면, 내 몸은 주인으로부터 느껴질 겨를이 없고,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내가 느끼는 대로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다. 당연히 내 느낌이 틀렸을 수 있다.
그래서 그 깨달음 이후로 나는 다시 의도적으로 주기적인 신체활동을 시작했다. 일주일 혹은 격주로 한 번씩 산에 가거나 사진도 찍을 겸 외출을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느끼려고 했고, 숨을 쉴 때 몸 안에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주의를 기울여 보는 등 신체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을 따로 내었다.
어느 날 문득 가만히 앉아서 내가 실제 살고 있는 집이 어떻게 생겼나 가만히 바라보면 뭔가 집이 낯설게 느껴진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내 몸을 가만히 의식해 보는 것을 해보면 그런 비슷한 느낌이 든다. 그런 시간을 갖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내가 그런 의식 없이 하루하루를 산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내가 내 삶을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아닌 무엇인가에 의해 살아지고 있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오래오래 살 집인 내 몸을 가만히 느껴보며, 내 공간도 둘러보며, 의식적으로 주체적으로 내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