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에서 7개의 공통으로 1월, 3월, 5월 7월, 8월, 10월, 12월은 31일로 나타낸다.
최근까지 올림픽은 총 31번 열렸다.
베스킨라빈스 31이란 아이스크림도 있다.
내 마음창에 숫자 31을 떠올려본다. 이를테면 31 과 관련된 나만의 서사들을.
31살, 나는 그해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경신했다. 직장과 육아, 살림을 위해 '먹어야 산다'가 내 삶의 모토였던 시절이었다. 회사까지 이직하는 바람에 보여주기식 야근으로 야근밥에 살이 더 쪘다. 바쁘면 안 찔 줄 알았다. 안 먹어야 안 찌는구나를 그 해 알았다. 결론적으로 그 어떤 것도 잘 해내지 못했고, 남는 건 살뿐이었다. 운이 좋은 날은 임산부 좌석을 양보받았었다. 땡큐였다,
31(000,000) 삼천 백만 원을 모으던 날.곧 부자의 탄생을 알리겠구나 싶었다. 삼천 만원을 예금에 꽁꽁 묶어 놓고, 다시 적금 백만 원을 들었다. 삼천 만원은 절대 깨지지 않는 돈. 내 인생의 돈은 백만 원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벅찬 결의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돈을 현금으로 꽁꽁 묶어놓는 게 잘못이었다. 부자의 탄생은 커녕 현금거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31년 전, 스무 살의 욕망 글쓰기. 전기를 똑! 떨어져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지는 못했지만, 가고 싶었던 대학의 교수님이 우리 학과에 와 계신 게 아닌가? 방학이 끝나면 교수님 연구실 문과 바닥 틈으로 그동안 썼던 시를 밀어 넣었다. 들키기 싫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교수님의 피드백이 있을 때까지 마치 연애편지의 답신을 기다리는 것처럼 설레었다. 그렇게 '졸업 전 등단'은 꿈처럼 이뤄졌다.
31번째 브런치 스토리를 쓰기까지 너무 오래 쉬었다.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가 자꾸 삐그덕거린다. 아무리 잡문이라도 매일 하루에 한 편씩 쓰는 것은 쉽지 않다. 평소보다 앉아있었던 탓일까? 꼬리뼈까지 부쩍 아파진 거 같다. 등은 구부러지고, 뱃살도 더 잡히는 것 같다. '엄마는 쇼츠 시청 중'에서 '엄마는 집필 중'으로 바뀐 후, 남편의 살림 시간이 합당하게 늘어났다.
어쨌든 요즘 나는 브런치를 통해 인간의 쓰는 욕망이 얼마나 강한지 알게 되었다. 문학상을 받은 어떤 작가보다도 수천 개의 글과 수십 개의 작품과 수천 명의 구독자들 가지신 브런치 작가님들의 꾸준함에 열정에 존경과 경의를 표하고 싶다.
지금 나는 나만의시즌1이 30회로 막을 내리고 시즌2의 1회를 쓰고 있는 기분이다. 나의 목표는 그냥 매일 쓰는 것. 오래 쓰는 것. 나날이 늘어가는 나의 글들을 보며 행복해 하는 것. 그깟 등단이 목표였던 31년 전의 우를 범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