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는 왜 맥주를 팔까요?
Don't buy this jacket(이 재킷을 사지마세요)'
2011년 패션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뉴욕타임스'에 게재했던 이 광고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옷을 파는 회사에서 옷을 사지 말라는 카피도 대단히 과감하고 파격적이였는데, 심지어 블랙프라이데이에 개재
했다는 것은 단순히 상술이라기보다는 파타고니아의 철학이 담긴 행동으로 보였는데요.
최고 매출을 낼 수 있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왜 이런 광고를 실었을까요? 바로 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환경적으로 민감하고 덜 해로운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할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지만, 수십년동안 파타고니아가 추구해온 경영철학과 시스템을 연결시키면 이들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왜 맥주를 팔까요?
이듬해인 2012년, 패션 브랜드인 파타고니아가 뜬금없이 식품 시장에 뛰어듭니다. 의류는 몇 년에 한 번씩 사지만, 식품은 매일 또는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구매합니다. 쉬나드 CEO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진짜 해야 할일이 바로 '식품 사업'이라고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파타고니아는 2012년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이라는 식품 회사 설립을 시작으로 피해를 줄이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또 한 번의 도전에 뛰어들었고, 가장 먼저 훈제연어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훈제 연어 제품의 경우, 바다에서 대량으로 잡은 연어가 아니라 전문가와 적정 수확량을 정하고 이에 맞춰 지역 주민이 직접 연어를 잡으면 이 연어를 구매해 가공해서 판매하는 것입니다.
이후 유기농 에너지바, 수프 등의 제품 범위를 확대해 나갔고 2016년에는 지구를 구하는 맥주, 롱 루트 에일(long root ale)을 선보였습니다. 이 맥주가 어떻게 지구를 구하는 걸까요?
곡물과 홉으로 만든 '맥주'는 결국 농산물인데, 문제는 세계 농업의 대부분이 산업 관행에 의해 지배되고 있어 지구 온난화 온실 가스의 약 4분의 1을 생성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밀은 한해삭이 작물로 재배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밭을 갈아야 합니다. 흙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저장고지만, 밀을 재배하기 위한 농업이 확산되면서 흙 속에 있어야 하는 탄소가 위로 배출되기 시작하면서 기후 위기와 맞닿아 있던 것입니다.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이 일반적인 농업과 다른 점은 밭을 경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맥주 원료로 밀이 아닌 컨자(Kernza)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롱 루트 에일 맥주는 '컨자'를 이용해 만든 최초의 상용 제품으로, 컨자는 미국 토양 연구기관인 랜드연구소(The Land Institue)가 개발한 다년생 밀입니다. 한 번 심으면 5년 연속 곡물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이 재생 농업 방식을 사용하여 재배한 밀로 만든 맥주를 팔게 된 것입니다.
그럼 파타고니아는 그냥 술을 파는 건가요?
파타고니아는 술을 팔기 위해 이 사업을 벌인 게 아니라, 밀보다 컨자가 환경보호에 갖는 중요성에 주목한 것입니다. 컨자는 토양과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기후 변화를 해결하는 대안이지만, 기후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밀에 비해 까다로운 컨자 재배는 농부들의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파타고니아가 이를 위해 관련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재배 농가와 생산 계약을 맺으며 세계 최초의 환경재생형 맥주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파타고니아 설립자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이 시작된 이유를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토양 건강을 구축하고, 동물 복지를 보장하며, 농업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현재 식량이 생산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사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