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조인후 Jun 18. 2022

언론사를 떠나 이제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합니다

매일경제 기자 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 조희영의 이야기

링크드인에서 조금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분을 봤다. 매일경제에서 기자로 수년을 활동 후 서울대 MBA를 거쳐 스타트업계에서 VC심사역으로 활동하는 분이었다. 사실 업을 바꾼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생각하면 행동부터 하는 성격이라 무작정 메시지를 보냈다.


"조희영 팀장님, 제가 다양한 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분들을 인터뷰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팀장님의 이력이 상당히 다채롭고 많은 분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스토리가 있을 것 같아 인터뷰를 요청하고자 합니다."


이틀 후 회신이 왔다.


"조인후 작가님. 브런치에 연재하시는 인터뷰 콘텐츠 잘 읽고 있습니다. 원래 제가 인터뷰어(취재기자)였던지라 인터뷰 대상자가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남들에게 영감을 줄만한 스토리가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고민하는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그녀의 직장 근처로 찾아갔다. 최대한 안정적이고 설득력있는 중저음의 톤으로 말했다. (참고로, 영국 최초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는 원래 자기 목소리보다 낮게 말하는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누구나 스토리는 있습니다."


한 시간 넘게 얘기를 나누고 마침내 동의를 얻었다. 어쩌면 다른 미팅이 있는데 수락하지 않을 때까지 내가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 같아 마지못해 수락했을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흔들리는 멘탈을 부여잡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띄어쓰기만 잘하자.'




Q. 본인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질문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보면 저는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세상일에 관심이 많은 ‘제네럴리스트(generalist)’라고 할 수 있어요. 평소 호기심이 많아 매번 새로운 주제 혹은 새로운 기술이 세상에 소개되면 자연스럽게 흥미를 갖고 배우고 이해하려는 성향이 있어요. 예로, 이전에는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다면 이후에는 프롭테크(proptech·부동산에 IT기술을 접목한 온라인 서비스) 그다음에는 Saas(software as a service·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과 기본 IT 인프라 및 플랫폼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구독형 서비스)기업을 집중적으로 공부하였고 현재는 암호화폐 분야도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 시장을 지켜보고 있죠.


두 번째는 제가 평소에는 감성적이면서도 일에 있어서는 매우 집중하고 파고드는 양가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어요. 유독 MBTI를 신봉하는데 MBTI가 100% 정확할 수는 없지만, 일부는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설득력 있다고 생각해요. MBTI의 해석을 빌리면 저는 일할 때는 T지만 평소에는 영화나 드라마 보고 펑펑 우는 F 그러면서 동시에 엄청나게 계획적인 J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영화는 마블 영화를 좋아하는데 액션으로 가득한 ‘엔드게임’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언맨이 희생하는 장면에서 엄청 많이 울었죠. 최근에는 '옷소매 붉은 끝동'에 푹 빠져있었어요. 정조가 유일하게 사랑한 의빈 성씨와의 로맨스를 다루지만, 정작 둘이 함께한 시간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 가슴 아픈 스토리라 펑펑 울었죠. 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모든 배경과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할 때까지 파고드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업무적으로만 저를 겪은 분들은 제가 집에서 드라마 보고 울었다고 하시면 쉽게 상상을 못 하시더라고요.


DSN조희영 팀장, ⓒ작가 조인후 '커리어를 끄는 사람들'


Q. 학창 시절은 어땠나요?

중학교 때는 공부가 어려우면서도 재밌었던 것 같아요. 제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한번 꽂히면 미친 듯이 파고드는 성향이거든요. 예로, 제가 일본 아이돌에 관심이 생겨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였는데 나중에는 일어를 전공하는 친구들보다 더 일본어가 능숙할 정도였어요. 그래서 용인외고(외대부고)로 진학할 당시 일본어과를 고민했는데 부모님이 조언을 해주셨어요.


“일본어는 이미 충분히 잘하니 이번에 다른 언어를 배워보면 어때?”


그래서 고등학교 때 독일어를 선택했어요. 시외에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이 당시에는 힘들었는데 돌이켜보면 나름 즐겁게 보냈던 것 같아요. 학업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인생의 목표 그리고 삶에 대한 의욕이 뚜렷한 친구들과 생활하다 보니 배우는 점도 많고 교류하면서 서로 동기부여를 하였던 것 같아요.


Q. 대학교 시절 무척 활발하게 동아리 등 교내 활동에 참여하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을까요?

다양한 동아리에서 활동하였는데 그중 KUNISA(Korea University Network for International Studies and Activities)라고 하는 국제학술동아리가 가장 애착이 가요. 매주 다양한 국제이슈에 대해 영어로 세미나와 토론을 진행하였어요. 당시 제가 영문학 그리고 정치외교학을 복수전공하였는데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도 많고 국제이슈 및 정책에 관한 관심이 컸어요.


ⓒKUNISA


KUNISA는 하버드대학과 공식 협정을 맺어 H-PAIR라고 하는 하버드 대학교 예술 및 과학 학부와 연계된 학생 주도의 비영리 행사에 참가 가능한 공식기관이에요. 이외 다양한 외부 연사를 초청하였는데 그중에는 UC 버클리에서 북한 관련된 인권법을 연구하는 교수님도 있었고 통일부 차관도 있었어요. 이렇게 외부 연사의 강연을 듣고 토론하고 질문하고 해결책에 대해 논의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갖고 있던 사고의 틀이 깨지고 새로운 사고의 틀을 만든 계기가 되었어요. 새로운 틀을 만들기 위해선 익숙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심하고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저에겐 이곳이 그 출발점이 되었던 것 같아요.


Q. 졸업 후 진로 결정은 어떻게 하셨나요?

정치외교학을 전공과목으로 선택할 정도로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외교관을 꿈꿨는데 막상 외교관 직업을 가진 여성분들을 보니 외교관은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되기까지의 과정이 힘들고, 되더라도 여건이 좋은 선진국에서만 근무하는 것이 아닌 내전이 일어나고 있거나 풍토병이 있는 곳에도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죠. 고된 업무에 시달리고 성과에 대한 보상보다 실패에 대한 책임이 훨씬 크기에 사명감이 필요한 직업이어서 고민을 했었어요.


그러던 중 기자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어요. 사회 각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언론이라는 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리는 일이 갖는 의미가 제게는 크게 와닿았어요.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게 제 성향과 나름 잘 맞는 것 같았어요. 부모님이 어려서부터 제게 평소 자주 하신 말씀이 있어요.


“희영아, 돈을 벌더라도 타인에게 이롭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벌어야 해.”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직업을 갖고 싶었던 저에게 기자라는 직업은 더없이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이 되었죠. 이후 언론 고시를 준비하였는데 언론 고시는 공무원 채용시험이나 기업체 입사 시험, 혹은 전문자격시험 중 가장 지식인으로서의 폭넓은 교양을 검증하는 시험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언론 고시 논술 같은 경우는 대입 논술처럼 주어진 제시문을 잘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고시나 전문 자격시험의 논술처럼 전공지식을 요구하는 형식에 따라 쓰는 것도 아니에요.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은 인문사회과학적 지식을 배경으로 해서 출제하는데 당시 중요한 주제들에 대한 이해와 함께 자신의 주장을 실어 펼쳐야 하는 논설이라고 볼 수 있어요. 준비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기자라는 직업이 무척 중요하고 의미 있는 만큼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응원해 주셨어요.


매일경제 근무 당시 태국 총리 관저 방문


Q. 정치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정당 출입하셨는데 어떠한 경험이었어요?

제가 매일경제에 처음 입사했을 때 당시 편집국장님이 정치부로 배정해주셨어요.


“조희영. 그래, 넌 정치외교학과 나왔으니까 정치부가 잘 맞을 것 같아. 한번 해봐.”


그렇게 당시 민주당으로 시작하여 나중에는 새누리당에 1년 넘게 출입을 했어요. 국회의원들은 주로 아침에 회의를 진행해요. 보통 주 3회를 하는데 당시 이슈에 대해서 각 당 대표가 당의 의견을 선공유하고 회의에 참여한 의원들이 해당 안건에 대해 논의를 하는 방식이에요. 그걸 보고 기자들이 받아 적고 보도하는데 TV에서 봤을 때는 짧게 하이라이트만 나와서 흥미로웠는데 막상 현장에서 보고 듣고 기사화하는 것은 육체적으로 상당히 힘들어요. 아침에 일찍 출근하고 밤에는 야근과 회의도 많다 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죠. 덕분에 몸은 무척 고되었지만 나름의 보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대한민국 국회


의외로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진진했어요. 대부분 사람들은 법안은 국회에서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정부에서도 정책을 만들기도 하거든요. 이렇게 두 가지 방식이 있지만, 최종적으로 입법을 하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하죠.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법령안의 입안, 관계기관과의 협의, 입법예고, 규제심사 등 다양한 절차가 있어요. 정책의 입법화 과정을 계속 지켜보다 보니 대략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부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었죠. 정책 그리고 규제 하나하나에 산업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무척 신중하고 속도가 걸리더라도 다양한 부처와 현장의 생각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죠. 그때 깨달았죠.


‘이래서 기업들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업무가 바로 대관이구나. ’


이런 경험 덕분에 VC로서 근무할 때 정부 정책이나 규제를 받는 산업에 속해있는 스타트업들에게 대관업무가 중요하다는 내용을 종종 강조해요.


Q. 네이버 여행+ 플랫폼을 준비한 과정과 성과가 궁금해요.

네이버가 당시 뉴스, 유통, 모바일, 온라인 유통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막대한 영향력 갖고 있었어요. 특히, 온라인/모바일 광고수익에 대한 네이버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자 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언론사들과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타협안으로 언론사와 손잡고 합작회사를 만들기도 하고, 콘텐츠를 가진 업체와 제휴를 하며 저마다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우회했어요. 예로, 조선일보는 'JOB&(잡앤) 주제판을 새로 만들고, 직장인과 취준생을 위한 콘텐츠를 모아 보여주었죠. 매일경제는 여행이라는 소재로 주제판을 운영하기로 하였어요. 당시 이를 담당하고 운영할 기자를 찾는 내부공고를 보고 평소 여행은 물론 플랫폼 운영에도 관심이 많아 손을 들었어요.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사업에 투입되어 네이버 사옥에서 한 달 정도 상주하면서 네이버와 기획을 같이 하였는데 사무환경이 무척 쾌적하고 좋았어요. 네이버 소속 직원들과 서비스 타겟 이용자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할지 함께 고민하였죠.


여행+ 조희영기자 '아시아 女기자 최초, 1만3000피트 스카이다이빙 체험기'


당시 네이버가 일찍이 ‘님’ 문화를 도입해서 직급 대신 OO 님으로 호칭하였는데 그 덕분인지 상당히 수평적인 문화가 무척 신선했어요. 그래서 의견 개진도 자유롭고 서로에게 조금 더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문화가 잘 자리잡혀 있었는데 무엇보다 저랑 잘 맞았죠.


제가 또 놀랐던 것은 자율근무제였어요. 정해진 출근 시간 없이 모두 편한 시간에 출근하는데도 정해진 업무는 끝까지 책임지는 성숙한 업무문화가 있어서 업무시간과 별개로 업무 효율이 유지되었어요. 예를 들어, 정해진 업무를 하는데 오후 5시에 약속이 있으면 약속을 다녀온 후 자신의 일을 완수하였어요. 그런 점에서 네이버 직원들이 확실히 성실하고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렇게 네이버에 상주하며 네이버의 디지털 전문가들과 함께 준비한 것이 바로 ‘여행+’라는 주제판이에요. 이를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 세계 여행 트렌드와 핫스폿, 맛집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어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지 20일 만에 ‘여행+’탭을 설정한 이용자가 100만명을 돌파했어요. 일 방문자도 20만명을 넘을 정도로 워낙 호응이 좋았죠.


Ⓒ네이버 여행+


Q. 매일경제에 공채로 입사해서 6년 가까이 근무하고 퇴사를 하였는데 사유가 무엇이었나요?

제가 퇴사를 결정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는 제가 기자 활동하며 건강관리에 소홀했어요. 그래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건강을 회복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었어요. 두 번째는 6년 가까이 기자로 일하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 자부할 정도로 헌신하였기에 이제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기자라는 직업이 무척 매력적이고 저의 적성과 잘 맞지만 이제는 꼭 언론매체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정보가 콘텐츠가 생성되고 전파가 되는 시기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님은 제 결정을 듣고 반대는 하지 않으셨지만 약간 우려를 표하시긴 했어요. 그래서 걱정을 덜어드리려고 제 나름대로 설명해 드렸어요.


“엄마, 대학원 다녀와서도 충분히 다시 회사에 취업할 수 있어. 그리고 매일경제로 복귀할 수도 있고 길은 많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사실 정해진 것은 없지만 당시 그렇게 말씀드리지 않으면 너무 불안해하시고 걱정하실 것 같아 안심시켜드리려고 태연한 척 말씀드렸죠.


Q.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MBA를 시작하였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원래는 해외 MBA를 고민하였는데 학비가 너무 비싸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턱없이 높은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금전적인 혜택이 적었어요. 그렇다고 부모님께 다시 금전적 지원을 요청하기에는 너무 죄송스러웠어요. 그렇게 고민하던 중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MBA는 해외대학과 복수학위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지원하게 되었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MBA를 시작하고 해외대학을 경험하는 부분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는데 정작 코로나19로 인해서 취소되었어요. 거기다가 수업의 절반이 비대면으로 진행이 되어서 수업 집중도 어려웠지만 네트워킹할 기회도 제한적이어서 아쉬웠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MBA 과정을 진행하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을 뽑자면 사실 제가 사실 ‘미적분을 배우지 않은 문과생’이에요. 이게 제7차 교육과정의 첫 7년 일반계 고등학교 문과 학생들을 지칭하는 표현인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수십 년간 대학 입학을 위한 수학의 상징으로 불렸던 다항함수의 극한, 연속성 판정, 미분, 적분을 배우지 않고도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던 학생들을 말해요. 그런 이유로 미적분을 모르다 보니 대학원에서 무척 고생했어요. 심지어 기자 생활을 할 때도 거의 쓸 일이 없었는데 대학원에서 다시 수학과 친해질 수밖에 없었죠.


Q. DSN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DSN인베스트먼트가 설립 초기에 제가 합류하였는데 이제 1년 좀 넘었어요. 당시 대부분의 벤처캐피털이 아무래도 테크 기업에 투자하다 보니 이공계 출신을 선호하였어요. 물론 문과 출신도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벤처캐피털에는 이미 문과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자리 잡고 있어서 제가 비집고 들어갈 곳이 적었어요. 그래서 저와 같은 이력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다가 아예 신생회사에서 자리를 잡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물색에 나섰죠.


ⒸDSN 인베스트먼트(주)


그러던 중 DS 네트웍스라고 하는 국내에서 30년 역사를 지닌 종합부동산개발회사가 2021년 1월 11일 DSN인베스트먼트를 신규 설립하며 심사역들을 채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국내에서 매출로는 업계 1위를 달리는 모기업이 지원하여 충분히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제 모든 역량을 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을 하게 되었죠.


Q. 자신이 가지고 있는 투자 가치관과 투자 기준은 무엇인가요?

제가 아직 업력이 짧아서 대단한 가치관 혹은 투자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현재 기준으로는 투자할 때 사람, 산업 그리고 지속성을 보는 것 같아요.


사실 초기 기업이든 아니든 대표이사와 창립 멤버나 팀원들이 실력 있는 분들로 구성이 되면 이분들은 뭘 해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믿음을 갖게 만드는 팀들은 인성이나 사업에 대한 자세부터 달라서 투자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두 번째로 산업이 크고 성장력이 있어야 해요. 사실 사업모델 중 굉장히 협소한 시장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들이 있는데 투자자로서 상당히 고민이 되죠. 예로, 정부 규제 많이 받는 사업이면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는데 분명 애로사항이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데요. 고객을 대상으로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가치가 지속 가능성이 있는지가 중요해요. 지속 가능성은 제품, 기술, 프로세스, 수익모델에 대한 스타트업들의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미쳐요.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시장을 선점한 스타트업들은 감히 따라갈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고 이 같은 경쟁 우위가 해당 기업의 위상을 굳건하게 유지시켜줄 거라고 봐요. 많은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제품과 프로세스 개발에 따른 사회적 편익과 비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달라요. 지속 가능성은 스타트업 운영과 기술 혁신의 모태가 되고, 궁극적으로 수익 증대와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Q. 최근 투자를 완료한 스타트업은 어떤 곳인가요?

제가 아직은 벤처캐피털 심사역으로 발굴 및 투자한 스타트업은 적어요. 최근 투자 완료한 곳 중 하나는 ‘제너레잇’이라는 AI 프롭테크 스타트업이에요. 제너레잇의 AI 솔루션은 향, 층, 조망, 평면 타입 등 가격 변동 요소를 반영해 개별 공간의 가격을 정확하게 예측하여 부동산 개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죠. 약 1000억원 이상 프로젝트 기준 솔루션을 적용한 결과 평균 12%, 최소 30억원 이상 수익상승을 만들었어요. 연내 미국 시장에 SaaS 제품(부동산 개발 사업성 검토 웹 솔루션)을 론칭하고 미국 주요 도시의 세부 조닝 법규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제너레잇


창업자가 한양대 건축학과를 나와 하버드에서 건축학 석사를 하였고 CTO는 서울대 수학과를 나와 캘리포니아공대 박사 출신이에요. 구성원들이 전문성과 실력을 겸비하였고 저희 모회사 DS네트웍스와 시너지도 낼 수 있는 여지가 커서 투자를 결정하였죠.


Q. 벤처캐피탈에서 전문 투자자를 꿈꾸는 분들은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제가 아직 조언해줄 수 있는 연차도 아니고 경험도 부족하지만 저는 원래 문과였고 다른 일을 하다가 업을 바꾼 사람으로서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공계 출신을 선호하는 벤처캐피털이 아직은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렇다고 문과 출신이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닌데 창업을 해봤거나 최소 스타트업에서 전략을 담당하였거나 임원으로서 창업자의 눈높이에 맞춰 근무한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게 중요한데 스타트업 경험이 있다면 실제 경험에 근거한 조언을 해줄 수 있기에 창업자 입장에서 더 와닿을 거로 생각해요. 그리고 증권사 RA(애널리스트)나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기업분석 경험이 있거나 산업분석 혹은 전략 수립에 대한 경험이 있는 것은 도움이 돼요.


그리고 투자는 다양한 분야를 검토해야 하니 자신만의 엣지를 가져가되 폭넓은 관심사를 갖는 게 주효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제한된 면접 시간 동안 이력서에 나온 내용 이외에 면접관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출지 충분히 고민해보고 준비하는 게 중요해요. 저 같은 경우, 창업 경험도 없고 이공계도 아니지만, 기자로 활동하며 배운 것들을 저만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부족한 점은 저만의 접근법으로 충분히 메꿀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그리고 저 같은 다양한 분야에 정통한 올라운더(all-rounder) 성향의 사람도 분명히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시켜 드린 결과 현재 포지션에 잘 안착할 수 있었어요. 보통 사람들은 생각보다 잘할 수 있다고 말은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는 생각을 잘하지 않아요. 그래서 자기 이력서를 봤을 때 조금은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해요. 자신에 대해 관대하게 평가하면 더 나은 인재가 되기 위한 개선점을 찾기가 어려워져요.


Q. 조희영 팀장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이제 막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업계에 입성하였기에 적어도 기자 생활을 했던 만큼 이 업계에서 일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투자한 회사들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면 너무 뿌듯할 것 같아요. 제가 사실 엄청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이었는데 살아보니 인생이 사실 계획대로 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큰 목표 혹은 방향성만 갖자는 생각이에요.


ⓒ작가 조인후 '커리어를 끄는 사람들'


저는 제가 기자 출신 심사역이라는 정체성을 부정하고 싶지 않아요. 기자로 일하며 너무 즐거웠고 많이 배웠기에 당시 경험을 오히려 제 강점으로 이용해서 먼 훗날 누군가 기자 출신 심사역을 말할 때 제가 언급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근 MZ세대인 만 25~39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는 평균 55세에 은퇴하길 바란다고 해요. 저 역시 50대 초반에 은퇴해서 재정적 자립을 이루고자 해요. 그래서 은퇴한 뒤에는 시간적 공간적 경제적 제약 없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해요. 즉 돈에 얽매이지 않고,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추구하는 거죠. 그중 하나가 제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글을 쓰는 프리랜서예요. 그리고 저의 도움이 필요한 스타트업들이 있다면 기꺼이 제 지식과 경험을 나눠드리고 싶어요. 물론 이 모든 장기 계획을 실현하려면 지금부터 하루하루를 매우 성실하게 살아야겠죠.

매거진의 이전글 교통공학 전문가는 어쩌다가 스타트업을 육성하게 되었나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