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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Aug 23. 2024

"우리의 뇌는 어떻게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가?"

고속도로와 산길: 자동화된 판단과 신중한 사고

고속도로와 산길: 자동화된 판단과 신중한 사고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여서 두 길을 모두 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오래도록 서서 한 길이 덤불 사이로 굽어지는 곳까지
멀리, 저 멀리까지 내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길로 나아갔습니다. 똑같이 아름답지만
더 나은 길처럼 보였습니다.
풀이 무성하고 닳지 않은 길이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두 길은 똑같이 닳을 것입니다.

-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중


우리의 일상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우리는 그 선택의 순간을 의식하지 못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몸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커피 머신으로 향하는 발걸음, 물을 붓고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의 움직임.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빠르게 이루어져 그 과정을 의식조차 하지 못한다. 그런데 문득, 이 행동들이 어떻게 이토록 자동화되었는지 궁금해진다.


프로스트의 시처럼, 우리의 뇌 앞에도 매 순간 두 갈래 길이 펼쳐져 있다. 하나는 잘 포장된 고속도로이고, 다른 하나는 구불구불한 산길이다. 고속도로는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때로는 목적지를 지나칠 수 있고, 산길은 느리지만 더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이 두 길을 오가며 정보를 처리한다. 때로는 커피를 만드는 것처럼 빠르고 자동화된 '고속도로'를 택하고, 때로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처럼 천천히 신중하게 '산길'을 오른다. 이 두 가지 정보 처리 방식은 우리 뇌가 매일 직면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지 과정의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휴리스틱'이다.



휴리스틱-체계적 정보처리 모델은 우리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두 가지 주요 방식을 설명한다. 마치 두 개의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


첫 번째 길인 휴리스틱 처리는 우리 뇌의 '고속도로'다. 빠르고, 효율적이며, 에너지 소비가 적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그 과정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가?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뇌가 이미 그 과정을 자동화했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행동한다. 이것이 바로 휴리스틱 처리의 전형적인 예시다.


하지만 때로는 이 '고속도로'가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갔다고 상상해보자. 습관적으로 예전 집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가 한참을 돌아갈 수도 있다. 이처럼 휴리스틱 처리는 때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두 번째 길인 체계적 처리는 우리 뇌의 '산길'이다. 이 길은 더 느리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새 집을 구입하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모든 옵션을 꼼꼼히 검토하고, 장단점을 비교하며, 신중하게 고민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체계적 처리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는 언제 '고속도로'를 택하고, 언제 '산길'을 택할까? 이는 상황과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문제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느낄 때, 또는 단순히 피곤할 때 우리는 휴리스틱 처리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문제가 복잡하거나 중요하다고 느낄 때, 또는 특별히 관심 있는 주제일 때 체계적 처리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처리 방식은 항상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두 방식이 복잡하게 얽혀 작동하기도 한다. 마치 고속도로에서 산길로, 다시 고속도로로 번갈아 가며 달리는 것과 같다.


이제 자신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다음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보자. 뇌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가, 아니면 '산길'을 오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이 현재 상황에 적합한지 고민해보자.


우리의 뇌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신중하게 정보를 처리하며 우리를 이끌어간다. 이 두 가지 방식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 어느 날 숲속에서 나는
다른 사람이 가지 않은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것을 달라지게 했습니다."

-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중


이제 자신의 뇌가 어떤 길을 선택할지 주의 깊게 지켜보자. 그리고 때로는 익숙한 '고속도로'를 벗어나 새로운 '산길'을 탐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프로스트의 시구처럼, 그 선택이 모든 것을 달라지게 할지도 모른다. 덜 다니는 길을 선택하는 용기가 새로운 통찰과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결국, 우리의 인생은 이러한 선택들의 총합이며, 각 선택은 우리를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여정으로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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