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시간을 연속으로 잤다. 최근엔 오래 자도 5시간 남짓이었는데, 많은 긴장감들이 쌓여있던 모양이다. 평소에 잘하지 않던 일들을 하면서 그 와중에 CF 연동을 마치고 돌아왔고, 9시 무렵 침대에 빨려 들 듯 기어들어가 눈을 감은 지 10초도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지금 자면 새벽 한 두시쯤에 잠이 깰 텐데, 하고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밤공기는 쌀쌀했다. 얇은 이불과 담요를 두 겹 겹쳐서 덮으면 적당히 아늑했다. 제법 찬 아침 공기에 이불속에서 나가는 일이 힘들었다. 확연하게 뒤바뀐 기온에 올해 처음으로 가을용 코트를 꺼내 입었다. 옷을 바꿔 입은 것만으로도 계절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딸그락하며 변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난 가을들을 조금 꺼내서 생각했다. 나쁜 기억은 하나도 없었다. 어쩌면 모두 잊었거나.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 그리운 맛이 났다. 주변을 모두 둘러보아도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