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온도

by 노엘

부재로 오는 그리움이나 외로움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사소한 무관심과 거절 같은 것이 두려워서 무감각한 사람이 되려고 했다.


그렇게 불투명한 병에서 물건을 하나 둘 꺼내듯 시간을 쓰고 버리다 보니 어느새 그 안엔 무엇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될 줄만 알았다.


변한 것은 숫자로 대변되는 시간과 나를 향한 사회적 기대감 같은 것뿐이었다. 매해 마지막 날과 새해의 첫날의 경계에서 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어제에서 오늘로 넘어왔을 뿐인데 크게 달라질 리가 없었다. 때때로 반성과 마음가짐 정도는 경건해지기도 하지만,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다시 일상이 반복되었다.


생각해보면 무언가 크게 다른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것들에 이끌려 왔고, 서투른 것들은 슬금슬금 피해 다니다 보니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되었다. 늘 잘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항상 부족한 것만 보여서, 채워지지 않고 괴로워하는 시간도 많다. 많은 일을 하고 싶으면서도, 질리도록 놀고도 싶다.


엉망이 되도록 술을 마셔도 내일이면 아무렇지 않은 몸을 가지고 싶고, 가끔은 천재적 재능을 가진 사람의 모습으로 며칠 정도 살아보고도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향한 마음의 방향이 보이지 않는 전파처럼 날아가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겁이 많다. '아무렴 어때'라는 기조로 살아야 하지 하고, 적잖은 부분 그렇게 하고 있으면서도, 좋아하는 마음이나 감정에 있어서는 조금도 아무럼 어때라고 말할 수 없다. 솔직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평범하네" 며칠 전에 본 영화의 대사가 자꾸만 떠오른다. 모두가 특별하고 행복한 삶을 원했지만 가장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에 행복은 스며들어 있었다. 신기루 같은 무언가를 좇다 어느새 재미없는 어른이 된 남자는,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라는 말로 이야기를 맺는다.


사소한 일상들 사이의 사랑이, 맞닿았던 무릎이, 지난날의 우리를 웃게 만들었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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