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더는 잠들 수 없어서 작은 독서용 스탠드를 켜고, 책상 앞에 앉았다. 문득 생각나는 음악들이 있어서 찾아보기로 하고 한동안 접속하지 않았던 일본 계정의 아이튠즈에 들어가 봤다. 이쿠타 리라(요아소비의 이쿠라)의 음원들이 몇 곡 가지고 싶었는데 국내 사이트에선 구매할 수 없어서 오랜만에 로그인을 시도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번이고 비밀번호를 틀려서 결국은 보안상태로 넘어가게 되었는데, 이렇게 오래 사용할 줄 모르고 아이디를 전 직장(?)의 공용 이메일로 등록을 해두었던 계정이라 다시 로그인을 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보안 질문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일본 계정이라 질문도 일본어였다. 문제는 답을 한국어로 써놨는지 일본어로 써놨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한참 동안 실패를 하다가 겨우 다시 접속할 수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10년 전의 일본어 실력은 지금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충전해 두었던 엔화를 거의 소진하고 새 노래들을 휴대폰에 넣었다. 문득 다른 이야기지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사용하지 않는다. 인터넷 요금도 상당히 작은 걸 사용한다.(이건 대부분 와이파이 환경이라) 답답한 옛날 사람 같지만 CD까진 아니어도 왠지 음원은 소유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 영 어색해서 번거로워도 여전히 이렇게 사용한다. 조금 모순적이지만 그럼에도 유튜브의 로파이 컴필레이션 앨범은 촬영장 배경음으로 상당히 애용한다.
잠에서 깬 깊은 밤에 새로운 음악을 듣는 건 생각보다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다. 방금 깨어난 머릿속은 어느 순간보다도 맑고 투명하다. 무엇이듯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온전히 좋아하는 목소리를 듣고, 만나고 싶었던 멜로디를 흡수한다. 오래 전의 포근했던 겨울방학이 떠오른다.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던 시절 그럼에도 밤늦게까지 무수한 말들을 주고받았던 날들, 아마도 행복했었던 순간이다. 그런 종류의 따뜻함이다.
많은 말들을 참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 못 본 척 지나치는 순간들 탓에 얼마간 지쳐있었던 모양이다. 날카로워지지 말고, 언젠가의 다정했던 사람이었던 모습으로 더 머무를 수 있기를.
그런대로 좋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