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by 노엘

말을 소리내어 내뱉는 순간, 그것은 생명력을 가지고 먼 곳으로 날아간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일들이 형태를 만들고, 따뜻한 체온과 그림자를 두르고는 현실에 안착한다.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하고, 사고는 방향을 잃은 망망대해의 화물선처럼 그 자리에 표류한다.


삶을 뒤흔들 만한 큰 일들이 지나간 것 같은데, 아니, 여전히 여기에 있는 것 같은데, 온통 여백만이 남아있는 기분이 든다.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를 듣고는 아니라고 크게 변명했지만, 그 한마디가 이내 마음에 걸려 짧지 않은 시간 아팠다. 사실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사람의 감은 생각보다 날카롭고, 잔혹하다.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온화한 봄날처럼, 나의 삶도, 시간들도, 앞으로 펼쳐질 어떠한 순간도, 대단하지는 않아도 부드러운 바람처럼, 여름날의 상냥한 빗소리처럼, 세상을 하얗게 뒤덮는 소리 없는 함박눈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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