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by 노엘

일을 마치고 스튜디오를 나섰을 때 축축한 겨울 냄새가 났다. 하늘은 회색 빛으로 가득했고,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깊은 숨을 한 번 내쉬고 힘겹게 차에 올라 문을 닫자, 문득 여자가 울던 얼굴이 떠올랐다. 술에 취한 그녀는 나를 앞에 두고 한참 동안을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었다. 너무 늦은 고백이었다. 나는 여전히 어떤 말들을 해야 할지 몰랐고, 그녀를 다독여 주었었는지 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게 울음소리가 잦아들 무렵 아침이 찾아왔고, 우린 다시 헤어졌다.


돌이켜보면 비슷한 장면들이 몇 번인가 있었다. 무표정한 내 앞에 선 여자아이가 울던 모습. 왜 그렇게 차가울 수밖에 없었는지 그때는 알고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해야 했었나 싶은 마음도 든다. 서로가 사랑을 원하는 시기가 달랐고, 마음의 분량과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이리라. 어떻게 그런 눈으로 나를 볼 수 있느냐며 울먹이던 여자아이의 모습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마음 한구석을 아프게 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토록 차가웠던 나의 마음을 지금의 내가 모두 돌려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위태로운 밤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붕괴된 마음은 모든 감각을 마비시켰고, 사소한 충격 하나에도 무너지게 만들었다. 지나치게 선명한 애달픔으로 가득 찬 겨울밤이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하늘은 여전히 축축한 회색 빛으로 가득했다. 창문을 열면 대기가 흐르는 소리마저 들려올 것 같았다.


숲 속을 가득 채운 눈처럼, 그렇게 무음의 정적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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