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일 같은 건 알 수 없으니까, 지난 일들을 꺼내어 보면서 지내는 거야. 나아가지 못하는 게 아니라, 좋았던 기억이 많았던 거겠지. 그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해.
무더운 여름날 우산 없이 비바람을 맞으며 미친 사람들처럼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일은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기억일 거라고 생각해. 그때의 나는 알고 있었어. 지금 이 순간, 청춘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구나. 하고.
매일이 불안했지만, 행복했던 것 같아.
다가오는 모든 순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어. 친구들과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첫차를 타고 헤어지던 날에도 마음은 항상 따뜻했어.
열심히 하는 척은 했지만 늘 과제는 자정 무렵에나 시작해서 매번 피곤해하며 모형을 만들던 건축과 설계실의 낡은 풍경도 가끔은 그립더라.
신학기의 풍경을 무척이나 좋아했어. 학교는 어딘가 들뜬 기운이 감돌았고, 사람들의 표정은 제법 밝았던 것 같아. 저마다 새로운 세계에 설레는 긴장감을 두르고 첫 발을 내딛던 우리의 모습은 누가 봐도 반짝이고 있었을 거야.
참 많이 울고 웃었어. 어떻게든 되겠지, 무엇이라도 되어 있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은 했는데, 사실 지금에 와서도 딱히 뭔가 되어있는 건 아닌 것 같아.
나는 여전히 서투르고, 신학기 무렵이 되면 그 설레던 표정들이 떠올라. 계절이 변할 때마다 변해가는 냄새가 항상 새롭고, 그립고, 반가워.
많은 사람들이 다가오고,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맞닿아 있었던 무릎과 온기가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모든 계절 모든 순간, 기억하고 그리워하면서 지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