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잊은 사람처럼 한동안 입을 열 수 없었다. 하고 싶은 말들이 해일처럼 밀려와 물거품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무언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남아있는 건 희미한 통증 같은 감각뿐이었다.
비슷한 시간의 돌아오는 길이 이젠 제법 어둡다. 몇 번이나 반복되는 이 계절은 어쩜 이렇게 매 순간이 그립고 아쉬울까. 거짓말처럼 무덥던 더위와 지난하던 장마 모두 서늘한 바람 뒤에 없었던 일처럼 모습을 감췄다.
어쩌면 다시는 대화를 나눌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안부를 묻고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들을 떠들었다. 선호하지는 않지만 무해했다. 다시 일억 광년쯤 떨어진 곳으로 서로가 모르는 사이가 되어도, 아마 누구도 상처받을 일은 없을 것이리라.
내일 같은 건 없는 사람처럼 살아보고 싶은데, 그러기엔 여전히 너무나 겁이 많다. 엉망진창으로 지내면 재미있을까? 영원히 모르겠지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