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도쿄의 마지막 날 오전. 돌아가는 비행기가 빠른 탓에 귀국일은 내일이지만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은 짐을 잘 챙겨 공항에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없다.
후쿠오카에서 사진집 촬영을 마치고 도쿄로 올라오는 날에는 뒤늦게 알아차린 급체 탓에 상당히 고생을 했다. 열차를 타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서 호텔에서 공항까지 택시를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체한 일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된 일이라, 처음엔 감기에 걸린 줄 알고 감기약을 먹었다. 덕분에 만 하루가 넘게 제대로 무언가 먹질 못했다.
함께 일했던 분들과 만나기도 하고, 새로운 분을 소개받기도 했다. 오랜 친구들과도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며 기분 좋은 식사를 했다.(그 사이엔 다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예정되어 있었던 일정이 있었는가 하면 갑작스레 결정된 일정이 생각보다 많았다. 처음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이 있고, 새삼 시간이 흘렀음을 느꼈다.
도시들은 지나간 시간만큼 조금씩 더 거대해져 있었다. 시부야 역 근처는 미래의 메가시티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고, 극단적인 비대면 사회가 만든 상업 시스템이 생각보다 생활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었다.
11월의 도쿄는 아직 따뜻해서, 가을이라기보다는 신학기를 맞은 봄 같았다. 테라스에 앉아서 점심을 먹을 때 달콤한 바람이 불어왔다. 특별히 무언가 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했다.
새로운 만남이 아직 남아있다. 이제 슬슬 잠을 털어내고, 특별히 할 일이 없어도 일찍 걷기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