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했던 사람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호감을 가졌던 사람을 마주하고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을 때, 그제야 그 사랑이 완전히 지나갔음을 알았다.
어쩌면 대부분의 감정이 무뎌진 것일지도 모른다. 크게 기쁜 일도, 기분이 나쁜 일도 드물다.
오늘은 늘 처음이지만, 이미 너무 길들여진 환경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편안하고 익숙한 것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비슷한 루틴에 안심이 되기도 하고, 긴장하지 않고 눈꼬리를 내린 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좋다.
무해한 초식동물 같은 삶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신주쿠 역에서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는 내내 무언가 중요한 걸 두고 돌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꿈과 사랑 혹은 그것과 닮은 잃어버린 시간들이 그 자리에 남겨져 있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시큰했다.
도시는 하늘만큼 푸른빛으로 가득했다.
햇살은 매일이 눈부셨고, 이미 꽁꽁 얼어있던 겨울이 지난 것 같은 봄날의 바람이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