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면 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잘하지 않는 편이다. 특별히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지만 세상엔 잘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고, 고작해야 심규태라는 사람 한 명의 카테고리 정도로 밖에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괜한 오해를 사거나 목표를 가진 사람들에게 모호한 영향을 주는 일은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사실 여전히 스스로도 스스로의 사진에 대해 질문하고 되돌아보고 반성한다.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지만 가장 처음 사진과 만나던 순간에서 나는 한 두 발걸음 정도밖에 나아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문득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어서 조금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부끄러운 말일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의 사진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과 닮았다. 화려한 컨셉이나 대단한 기술이 들어간 사진 보다 손에 닿을 듯한 순간을 늘 좋아했다. 사진 속의 인물이 마치 손을 뻗으면 만져질 수 있는 것 같은 거리감이다.
너무 완벽해서 동경하는 마음이 드는 것보다, 어쩌면 길을 걷다가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은, 그리고 그렇게 첫눈에 반해 나도 모르게 말을 걸게 될 것만 같은, 마음속의 가능성을 두드리는 장면들이 늘 좋았다. 그리고 어떤 섬세한 사람들은 그런 부분들을 알아봐 주시고 슬그머니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기쁜 일이다.
언젠가 처음 함께 일하게 된 여성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에서 남자 아이돌 둘을 찍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나는 몹시 긴장했고 긴장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아마도 더 긴장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될 거야 라는 생각으로 촬영을 하다가 중간에 사진을 확인하는 타이밍이 있었다. 편집장님의 얼굴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사진이 너무 멋있어요. 마치 에스콰이어 같아요. “
내심 속으로 ’ 멋있게 나와서 다행이다. 괜찮은 거겠지?‘ 하고 생각하던 순간 다음 말이 이어졌다.
“멋있으면 안 돼요. 심 상의 포트폴리오처럼 찍어줘요. 길을 걷다가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말이에요.”
머리를 크게 한 대 맞은 것 같은 말이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촬영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촬영은 무사히 끝났고 이미 한참 전의 일이지만 이날의 에피소드는 아마도 사진을 하는 동안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이었다.
사진 속의 인물들을 마주 하는 순간은 늘 특별하다. 나는 그들을 사랑하려 하고, 사진은 사랑하는 행위와 닮았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 마음과 온기를 담아 바라보는 일인 것이다. 무대가 끝난 뒤에도 나는 다시 한번 그날의 기억을 펼쳐서 사랑했던 순간들에 깊게 잠긴다.
사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힘들어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사랑하려고 하면 진짜 사랑이 되기도 하고,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마음은 좀처럼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촬영이 모두 종료되고 텅 빈 스튜디오 안에 혼자 남겨졌을 때는 무한한 우주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고독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좋아하고 기억에 남는 사진들은 늘 그런 손끝에 닿을 것 같은 아련한 사진들이다.
어쩌면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사랑의 기억과 닮은 사진들을 나는 좋아한다. 비록 그 사랑이 내 사랑이 아닐지라도, 나는 사랑을 닮은 사진들을 더 만들어 가고 싶다.
그리고는 언젠가 신학기의 햇살이 비추는 골목길에서 그 기억들과 함께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