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의 사랑

by 노엘

여기서 1등 하면 결혼해줄게! 돌아갈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내 속이 어떤지 알면서도 그녀는 나를 놀리듯 말했다. 유명 패션지에서 주최하는 사진 공모전 정보였다. 봄이었고, 주제는 벚꽃이었다.


고백하자면 그때의 나는 내 삶에 다시없을 만큼 필사적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1등이 되고 싶었다. 그동안의 삶에 단 한 번도 1등이란 걸 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삶을 일부 잘라 내어서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찍어왔던 모든 사진들을 뒤지고, 카메라를 들고 온 길을 헤매며 벚꽃을 찍어댔다. 하지만 마감일이 다가와도 좀처럼 마음에 드는 작업이 남질 않았다.


결국 가장 처음 마음에 걸리던 한 컷의 다중노출 사진을 보내며 마감을 했고, 최종 3등을 했다. 그녀는 적잖게 놀라는 눈치였다. 내가 이렇게 까지 열심히 할 줄 몰랐던 것도 있었을 것이고, 1등에 가까웠단 걸 놀리듯 칭찬했다. 슬펐다. 어느 때보다 잘하고 싶었던 순간에 그렇게 될 수 없었음이 절망적이었고, 스스로의 부족한 재능과, 가지지 못한 모든 것이, 세계가 무너진 것만큼 서글프기만 했다.


그때부터였다. 그녀가 알아볼 수 있는 곳에서, 어디에서든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일상이 가까워지게 되면, 나를 인정해주지 않을까, 잊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받은 출판사 편집장의 메일 주소 하나를 계기로 운명을 걸듯 나를 알리기 시작했다. 순조롭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게 외국인이었고, 이제 막 독립하여 변변한 포트폴리오도 없었을 때였다. 가까스로 잡은 작은 기회가 또 다른 기회를 불러왔고, 아주 조금씩 우주가 흔들리듯 몹시 천천히, 그렇게 이제는 내 작업들을 그녀가 사는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포털사이트에서, 서점에서, 지하철에서, 쇼핑센터의 벽면에서도.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10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나의 마지막 3등 이후에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 지금까지 달려오던 건 사랑이었을까, 더 커진 꿈이었을까.


그때의 겨울과 봄의 경계에 내리던 벚꽃은 어디쯤 날아가고 있을까.


눈물이 날 것 같아 사진은 첨부하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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