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모음

by 노엘

최근의 수면 패턴은 몹시 불안정하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편이었는데, 밤 9시나 10시 정도에 잠자리에 들면 새벽 2시 즈음엔 잠이 깬다. 이렇게 깨어나고 나면 아침까지는 좀처럼 다시 잠들기 어렵다. 그대로 일과를 소화하려면 집중력이 평소처럼 나오지 않는다. 피곤함에 긴 잠을 자고 나면 다음날엔 다시 일찍 잠이 깨거나, 이런 반복이다.


지난밤도 아홉 시 반에 누워서 눈을 떠보니 새벽 두 시 반 무렵. 내내 뒤척거리다 오전 여섯 시를 넘겼다. 아직 바깥은 어둡지만 푸르스름하게 빛난다. 다시 눈을 감아 보려는 걸 포기하고 침대를 빠져나와서 차를 내렸다. 달콤한 맛이 날 것 같은 과자를 함께 뜯었는데, 짠맛이 났다. 홍차와 짠맛 비스킷이라니, 뜯은 김에 어떻게든 함께 먹어보려 하다가 결국 비스킷은 한쪽 구석에 밀어뒀다.


그러고 보니 지난밤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한다. 저녁 무렵 스튜디오를 빠져나오면서 제법 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운전을 하면서도 눈이 내리는 건 여전히 반갑고 행복하다. 처음인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눈이 내리는 풍경만큼은 항상 처음과 닮았다. 옆자리에 누군가 함께 앉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사를 하고 싶어 졌다. 겨우 일 년 남짓 살았고 지금 생활공간이 나쁜 건 아니지만, 건너편 신축 공사의 영향으로 일조량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됐다. 다음에 살게 될 집은 무엇보다 볕이 잘 드는 곳으로 찾으려고 한다.


걱정을 잘하지 않는 편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면, 혹은 문제의 조짐이 보이면 하루 종일 잠들기 직전까지 머리를 싸매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몇 번인가 삶의 존립 자체에 문제를 줄 만큼의 위기를 겪고 난 뒤부터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지금 걱정해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한 것뿐이다.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수년에 걸쳐서 그렇게 노력했고, 덕분에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가끔 고민하는 척 연기도 한다), 결국 스스로의 중심은 스스로가 잡지 않으면 온통 흔들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오는 모든 부정적 영향은 온전히 나에게만 돌아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에게는 영향을 받아서, 부정적이거나 지나치게 타인의 험담을 하는 사람은 몹시 피곤하다. 표시는 잘 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슬금슬금 피하게 된다. 귀중한 긍정적 에너지를 순식간에 다 소모하게 되는 기분이다.


잘 웃는 사람이 좋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이 된다. 어색한 웃음도 부끄러운 웃음도 좋다. 삶의 방향이 행복이라면 이보다 완벽한 것은 없다.


언젠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 말했다. 아마 이상형 같은 이야기를 하던 참이었던 것 같다. "나는 전투력이 1mm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 좋아!" 당시에 뭐라 공감은 표현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아주 큰 공감을 했고 지금도 종종 생각난다. 전쟁 같은 사랑은 너무나 고단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만났던 여자 친구들을 생각해보면 왠지 인상부터가 초식동물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저 평화롭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나왔던 또 한 마디는 사랑을 마주치는 것이 두렵다는 이야기였다. 나를 비롯한 주변에 앉은 사람들은 처음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사랑을 만나면 늘 아파져요, 내가 약자가 되고 슬퍼지고, 그렇게 되는 것이 두려워요." 지금은 많은 부분 이해하고 공감한다. 나의 것이 아닌 사랑은 슬픔 말고는 대신할 수 없다.


보통의 생활을 하고 싶은데, 가늠이 어렵다. 다들 이런 걸까, 어떻게들 지내는 건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우선 물건들을 조금씩 줄여보려고 한다. 뻗은 손이 닿을 수 있는 것은 아주 조금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홍차에 짠 맛 비스킷 같은 건 가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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