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모두 열고 선루프도 열었다. 운전을 하면서 이렇게 창을 열고 달리는 건 처음이었다. 비에 젖은 여름 냄새가 온 도시에 가득했다. 퇴근 시간이 조금 지난 이른 저녁인데도, 마치 일요일 오전처럼 도로를 통행하는 차량이 적었다. 기분 좋은 바람을 몸에 걸치고,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볼륨을 올렸다. 새삼 살아있음을 느꼈다.
지난 일주일은 거의 누워만 있었다. 건강상의 이유가 반, 백신의 이유가 반 정도 된다. 몸이 건강할 때 맞아야 한다는 소문을 어디선가 들어서 백신을 미룰까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언제 다시 맞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어서 예약한 날에 접종을 강행했다. 다행히 먹고 있던 약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것 같았고, 큰 문제없이 금세 접종은 끝났다. 열이 나는 부작용은 없었지만, 사흘간 정도는 미세한 근육통과 피로감 때문에 일을 하거나 보통의 일상생활을 하는 건 버거웠다.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지쳐서 집중해서 무얼 제대로 하는 건 무리였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아주 중요한 일을 빼고는 무엇도 하지 못한 채 보냈다. 지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단기적으로 기억력이 감퇴하는 부작용에 대한 것도 듣게 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상하리만큼 기억이 나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며칠 전 주문한 제품의 이름이 무엇인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다던지(결국 주문했던 사이트의 구매내역을 확인해야만 했다.), 일본 클라이언트들과 온라인 미팅이 있었는데 '대체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머릿속과 입이 싱크가 좀처럼 맞질 않아서 부끄럽고 슬퍼지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피로감은 거의 사라졌고, 근육통도 없어졌다. 기억력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며칠 전보다는 나아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더 지나 보면 알 것 같다. 다른 건강 쪽도 거의 돌아온 것 같다. 70-80% 정도.
어느새 한여름의 날씨다. 급격히 오른 습도 때문에 며칠 전부터는 에어컨도 켜기 시작했다. 처음 자취할 때부터 사용하던 10년도 넘은 매트리스를 바꿨고, 꺼내져 있던 담요들은 세탁을 해서 수납장에 넣어두었다.
최근 차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운행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괜한 욕심이라는 걸 인지하는 현실적 마음과,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극단적인 두 감정이 부딪힌다. 시승이라도 해볼까 싶지만 더 큰일이 날 것 같아서 참고 있다.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 취미 정도가 아닌 부캐 정도 되는 일이면 좋겠다. 다른 세계에서도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