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맥주 덕후인 미국인 친구에게 어떤 맥주를 좋아하나고 물었더니 “그때의 분위기와 음식의 종류에 따라 먹고 싶은 맥주의 종류가 다 달라져서 Favorite 이란 단어를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했다. 우문에 현답이었다.
돌이켜보면 맛있었던 음식이나 기억에 남았던 식당을 꼽으라 하면 미슐랭 별을 받은 고급 음식점 보다 우연히 찾아갔지만 그때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 떠 오른다.
군대에서 첫 휴가를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먹어 본 소머리국밥, 피렌체에서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달려 들어간 조그만 샌드위치 집, 아내와 다투다가 고개를 돌렸을 때 화를 모두 녹여버릴 뷰를 가진 음식점이라든지, 찾던 레스토랑이 다 문을 닫아 파리 골목을 쫄쫄 굶은 채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한 달팽이집, 시험을 망치고 답답한 마음에 선배와 낙성대를 거닐다 우연히 발견한 곱창집.
언제나 기억에 남고 맛있게 느껴졌던 음식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었고 분위기에 맞는 그래서 더 맛이 있었던 음식들이었다.
어쩜 우린 음식보다, 그때 함께 하고 있던 사람과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분위기를 먹고 마시며 즐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문득 이런 시 한 구절이 떠 오른다.
“너와 밥 한 끼 하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치맥도 치맥을 위한 그 분위기 때문에 모두가 좋아하는 건 아닐까?
내겐 치킨엔 콜라가 최고의 궁합인데...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