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호가든이라는 맥주가 유행이었다. 당시에는 흔히 마시던 라거 맥주와 달리 상큼한 맛과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이 맥주가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가격도 엄청 비싸게 매겨졌다. 소개팅을 하고 온 한 친구는 상대가 비싼 호가든만 엄청 마셨다며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젠장 비싼 호가든만 마셔대더라.”
호가든은 밀이 들어간 맥주이다. 엄밀히 말하면 벨지안 윗비어 (Belgian Wit Bier) 즉, 벨기에 스타일 흰 맥주라는 뜻이다. '호가든'이라는 지방은 밀 생산으로 유명한데 여기서 만들어진 맥주이다.
밀맥주는 밀 100%로 맥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밀몰트와 맥아(보리) 몰트를 섞어서 만든다. 보통 밀몰트가 30-70% 정도 사용된다.
밀맥주는 여러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1. Belgian Wit Bier는 Belgian wit 효모를 사용하고 24도 이하에서 발효해서 정향(clove)의 향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주로 말린 오렌지껍질과 고수씨앗(coriender seed)이 들어가 상큼한 향을 만들어준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맥주는 호가든, 블루문, 제주위트에일 등이 있다.
2. 독일식 밀맥주는 바이스비어(Weissebier), 헤페바이젠(Hefeweizen), 크리스털바이젠(Kristall Weizen), 둔켈바이젠(Dunkelweizen), 그리고 베를리너 바이세(Berliner Weisse) 등으로 나뉜다.
독일식 밀맥주는 주로 24도 이상의 온도에서 발효하고 이로 인해 바나나향이 풍부한 특징이 있다. (발효 온도의 차이는 효모의 에스테르 생성과 관련이 있는데 기회가 될 때 설명을 하겠다.)
바이스비어는 바이에른지역에서 만들어지고 거품이 아주 풍성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바이에른 수도원에서 유래되고 만들어지는 바이엘슈테판이 유명하다.
크리스털 바이젠은 탁한 일반적인 바이젠과 달리 여과과정을 거쳐 맥주가 깨끗하다.
둔켈바이젠은 어두운 색 맥아를 넣은 어두운 밀맥주이고 약간의 커피 향과 훈제향이 두드러진다.
베를리너 바이세는 베를린에서 만들어지는 맥주이고 도수는 주로 3도 이하로 마시기에 부담도 없고 여름에 마시기 좋은 맥주이다. 한국에서는 진짜 베를리너 바이세는 본 적이 없고 베를린에 가야 그것도 여름에 가야 맛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기차에서 폴란드식 바이젠을 마시다 문득 떠오른 이야기.
아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