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오랜만에 지인들과 모임을 하고 있었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남녀의 대화가 들렸다.
여 : "오빠, 라거와 에일은 뭐가 다른 거야?"
남 : "대부분 라거는 가벼운 맥주, 에일은 진득하고 무거운 맥주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라거는 하면 발효 맥주라서 낮은 온도에서 발효해서 만들고 에일은 상면발효 맥주라서 높은 온도에서 발효해서 만들지, 에헴."
여 : "그럼 발효온도를 다르게 하면 라거도 에일도 만들 수 있는 거구나?"
남 : "응, 온도가 달라야 해"
"아! 아니야 저건 아니라고!!!"라고 가서 말해주고 싶었지만.......
라거와 에일의 차이는 맥주를 만드는 효모의 차이이다. 학명으로는 에일효모는 'Saccharomyces cerevisiae', 라거효모는 'Saccharomyces Pastorianus'이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라거효모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파스퇴르의 이름에서 따왔다. (사실 파스퇴르의 연구의 목적은 우유가 아닌 술이었다.)
두 효모의 차이는 적정 발효온도이다. 에일효모는 18-24도에서 발효가 잘 일어나고 라거효모는 이보다 낮은 5-15도 정도에서 발효가 활발히 일어난다.
높은 온도에서 발효되는 에일의 경우, 활발한 대사작용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생성되고 이로 인해 효모가 이산화탄소에 엉겨 붙어 상부로 올라가게 되고 상부에 크라우젠(Krausen)이라 불리는 거품층을 형성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라거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발효가 되어 에일 같은 크라우젠이 잘 형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이 생각하길 에일은 상부에서 발효되고 (Top fermented), 라거는 하부에서 발효(Bottom fermented)된다고 생각했다.
두 맥주의 차이는 발효 온도의 차이가 아니라 바로 효모의 차이이다!
그럼 두 효모는 어디서 왔을까?
맥주의 기원은 고대 수메르지역에서 유래되었고 공기 중의 효모가 물에 젖은 빵(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배출해 낸 것이 정설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야생효모로 만들어진 람빅계열의 맥주이고 이후 인간에 의해 컨트롤된 것이 에일효모이다.
라거효모는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데, 15세기 대항해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당시는 유럽의 남미 진출이 활발했던 시기였고 이때 우연히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숲에 서식하던 효모가 독일의 바이에른 양조장에 들어와 에일효모와 교배되어 라거효모가 만들어지게 된다. 즉, 에일효모와 남미에 있던 'Saccharomyces Eubayanus'효모의 잡종이 라거효모이다.
이후 파스퇴르, 얀센 같은 미생물학자들의 노력으로 더 맛있는 맥주를 만들어주는 효모들이 개발되고 배양되어 오고 있다.
어쨌든 그냥 마셔도 되지만 알고 마시면 더 맛있지 않을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