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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aengwriting Nov 14. 2020

절친 마중

기차역에서

서울에서 친구가 내려온다는 말에 부산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직장을 다니는 친구라 내가 찾아가서 만나려 했는데 벼르다 보니 친구가 직장에 반차를 내고 내려왔다. 친구는 3시, 11번 출구로 도착 예정이었다. 나는 20분 전에 도착해 11번 출구 앞쪽에서 기다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날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기억 속에서도 기차역은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던 것 같다. 기차역에 있으니 추억들이, 옛 기억들이 스멀스멀 자꾸 떠올랐다. 


4년 만에 얼굴 보는 절친이라 기다림조차 좋았다. 기다리자마자 도착시간도 꽤 남았는데 출구 쪽에서 사람들이 올라왔다. 아닌 줄 알면서도 혹시나 친구가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살펴보다 친구와 비슷한 느낌의 사람들을 꽤 많이 보게 되었다. 외국에 오래 살아서 한국 사람 구별 능력이 떨어졌는지 아니면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그런 건지 친구의 모습과 비슷한 사람들을 몇몇 발견하고 혼자 웃었다. 나중에 친구 도착하면 닮은꼴 많은 평범하게 생긴 친구라고 놀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추억 속으로, 기차를 탔었던 생각을 떠올렸다.





대학교 1학 1학기 마지막 시험을 끝내고 곧바로 서울역으로 달려가 새마을호 표를 사서 부산으로 내려갔던 적이 있었다. 새마을 호는 버스보다 빠르고 부산역에서 부모님 집과 가까웠기에 이동시간 단축을 위해 자주 이용했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오가는  4시간 동안 가끔은 옆자리 사람 때문에 편할 때가 있었고 그러다 보니 누가 옆자리에 앉을지 걱정을 매번 잠시 했었던 것 같다. 나는 옆사람 복이 없었다. 그날도 그전 기억이 별로 좋지 않았기에 제발 오늘은 편한 사람이 옆에 앉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나의 예매번호에 맞는 창가 자리로 찾아가 앉았다. 그때까지 옆 좌석은 비어있어서 그대로 기차가 출발하길 바랬다. 


하지만 그런 행운은, 역시 나에게는, 오지 않았고 기차가 거의 출발할 때쯤 옆자리에 사람이 앉았다. 빠르게 목인사를 하고 나는 4시간 동안 창밖만 응시한 채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고 4시간 동안 똑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힘들게 내려왔었다. 너무 힘들었던 옛 기억에 나도 모르게 다시 한번 내 목을 만져 보았다.


부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줄을 서서 그 아저씨는 일등으로 내렸고, 나는 4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했던 몸을, 목을 풀며 겨우 일어났다. 뻣뻣해진 목이 너무 아파서 손으로 계속 만지며 마중 나온 아빠에게로 걸어갔었다. 이것이 혼자서 타는 나의 마지막 기차 여행이 되었다. 




그때 옆자리에는 흰색 여름 긴팔 와이셔츠를 입으신 중년의 아저씨였고 목 주변과 손목으로 짙은 문신이 보였다. 문신이 작지 않았고 온몸으로 연결되었을 거라는 짐작이 들었다. 그 당시에 나는 문신을 많이 하신 분들은 무서운 분들이라는 편견이 있었기에 물론 말을 걸지도 않았었고 말을 걸어올까 봐도 걱정을 했었다. 그때는 내가 어려서 겁이 많았고 분명 영화를 많이 본 것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후 몇 년 뒤 처음 호주에 와서 살면서, 엘리자베스 베이는 킹스크로스가 가까워서 그랬는지, 호주에서는 문신을 한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고 문신을 해 주는 가게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 호주에 살면서도 문신이 많은 사람들은 경계를 마음을 여전히 가지게 되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주에서는 문신을, 자신의 선택과 취향에 맞게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즐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알게 되고 난 후부터는 더 이상 바보같이 겁을 내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내 친구들 중에서도 문신을 많이 한 사람들도 있고, 바켓 리스트처럼 발목이나 손목에 문신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한 친구가 문신을 하고 싶어 했고 같이 가 달라고 해서 나는 따라 간 적도 있다. 뒷목 살짝 아래 등에다 자신의 아이들 2명의 이름을 새긴다고 했다. 문신하는 가격이 비싸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비싼 취향이라는 생각을 하며 친구 등짝에 새겨지는 글자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글자를 세기는 기계음과 계속 닦아내며 버려지는 피 묻은 솜들을 보다 얼굴을 돌렸다. 친구의 참는 모습과 다 끝낸 뒤 거울로 확인하며 만족하는 모습을 보며 다행이다 싶었지만 같이 가서 봐주는 건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켜보면서 나는 아파서 문신을 못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었다. 아무리 예뻐진다해도 아픔을 참으며 하는 것 조차 싫어하는 타입이라 하지 않았는데 문신은 더더욱 내 취향이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덧 친구를 태운 기차가 도착 했는지 사람들이 올라왔다. 내가 기다린 쪽에선 친구가 나오지 않아 살펴보니 다른 출구로 올라온 친구가 나를 찾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전 비슷한 사람들을 보며 혼란스러웠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나는 한눈에 건너편에서 나를 찾으려 살피며 걸어가는 친구를 알아보고 그쪽으로 걸어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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