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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aengwriting Dec 24. 2020

호주에서 병원 응급실과 GP(일반의)

나의 응급실 경험담과 GP에 관해서

3주 전부터 허리가 심하게 아파 너무 고통스러워 엄마가 다니시는 통증치료 병원을 갔다. 그때는 걷는 것도 앉는 것도 힘들었지만 누워서도 자세를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그래서 의사를 만나서 진찰을 받으니 심각하다고 했고 우선은 신경마취 주사를 아픈 허리 부분 여러 곳에 주는 것 같았고 그리고 물리치료 및 전기 침까지 맞고 3주 동안 의사의 지시대로 꼼짝하지 않고 방콕 하며 누워다 보니 한국과 호주의 병원에 대한 차이점들이었다.  


'만약 호주였으면 이렇게 허리에 신경 마취 주사를 줬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고, 29년 전 시드니에서 처음 가본 응급실 이야기와 이런저런 호주와 한국의 다른 병원 이야기가 떠올랐다. 전화기로 짬짬이 글을 써보기로 했다.


나는 알레르기 증상으로 가끔 쓰러진다.

호주에 온 지 한 달 정도 되어갈 무렵 어느 날 아침, 버터를 바른 토스트 한쪽과 커피 한잔 마시고 나와 전철역으로 걸어가던 중 알레르기 증상이 생겼다. 그전 한국에서 몇 번의 경험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고 서둘러 택시를 잡았고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가 달라는 부탁과 알레르기 리엑션(반응)이라는 말을 하고는 택시 뒷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한국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받았다.

호주 가기 전 신촌 세브런스 병원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받았었다. 그 당시 나는 간혹 피곤함과 음식물 섭취에 연관되어 대학 다닐 때 명륜동 학교 정문 앞에서, 홍대 작업실에서, 집 앞 약국에서, 호암아트홀에서 네 번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간 기억이 있었기에 호주 가기 전에 무엇에 대한 알레르기인지 알아보기 위해 검사를 받았었다.


알레르기 검사방법은 몇십 가지 주사를 등에 놓고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었고 그때 나는 먼지, 고양이 털을 비롯해서 많은 것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는 결과를 받았었다. 하지만 이 검사 결과가 나의 알레르기 반응 중 쓰러지는 이유를 완전히 설명해 주지는 못했었다. 나는 4번의 경험으로 그때 섭취한 음식과 연관이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되도록이면 신선하고 기름지지 않은 음식을 취하려고 항상 노력했다.


많은 것들과 이별을

그날 아침 토스트 한 장에 발라 먹었던 버터가 걷는 운동과 합쳐져 알레르기 증상을 심하게 일으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식사용 빵에 발라먹는 부드럽고, 고소하고, 짭짤한 버터 맛을 포기하고 항상 밋밋한 빵으로 만족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그리고 중국집 짜장면은 전혀 먹지 못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최소한 한 시간 이상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해두고 살고 있다.


29년 전 호주 응급실

택시에서 정신을 잃었기에 호주에서 첫 번째 방문한 응급실을 어떻게 들어갔는지 기억에 전혀 남아있지 않다.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 보였고 팔에는 링거가 꽂혀 있었다. 일단 무사히 병원에 왔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었지만 링거가 꽂혀 있었고 몸은 무겁고 추웠다. 누군가를 부르고 싶어 커튼 사이로 시선을 고정하고 쳐다보다 내 침대를 쳐다보는 간호사와 눈이 마주쳤다.


간호사는 반갑게 다가와 나의 기분이 어떤지를 물어왔다. 춥다고 대답을 하자 따끈하게 데워진 하얀 담요를 한 장 들고 와서 덮어준 후 의사를 불러주었다. 잠시 기다리니 의사가 왔고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었다. 나는 피곤한 상태에서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가 가끔 생기는데 오늘 아침으로 먹은 버터 바른 토스트 한 장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는 병원으로 데리고 온 택시 기사가 무척 놀랬지만 내가 정신을 잃기 전에 남긴 말을 그대로 전해 주었고 나의 온몸이 말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알레르기 처방을 했고 호흡 곤란으로 산소마스크를 씌웠고 수액을 놓고 잠드는 것을 지켜봤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 예상보다 오랫동안 깨지 않아 걱정하던 참이었다 했다.


친절한 의사와 간호사

호주에서 처음 만난 응급실 의사와 간호사에 대한 인상은 좋았다. 의사는 수액을 다 맞으면 퇴원해도 좋지만 나중에 꼭 GP와 상의해 위 내시경과 알레르기 검사를 다시 받으라는 말과 물을 많이 마시라고 했다. 간호사는 침대 아래 공간에 나의 소지품들을 넣어 두었다는 말을 전해 주었고 '혼자 집에 갈 수 있는지, 가족이나 친구를 불러줄까' 하며 물어왔다. 몇 마디 되지는 않았지만 환자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 친절함과 따스함이 배어있었다.


퇴원

링거를 맞으며 누워서 그날 병원비를 대충 계산해 보았다. 응급처치와 산호 호흡기와 링거까지 한국에서 가끔 갔었던 경험으로 병원비를 대충 어림잡아 보았다.  


퇴원 준비를 마치고 나를 봐준 의사를 만나 병원비는 어디서 내면 되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Just go' 그냥 가면 된다고 했다. 그의 대답은 내가 상상했던 답과는 너무 달라 어리둥절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돈을 내야 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냥 가면 된다고 오늘 받은 응급실 비용은 없다고 했다. 그날 내가 쓰러진 것보다 더 놀란 사실은 응급실에서 받은 처치가 완전 무료였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대답 역시 정말인지 병원을 그냥 나오면서 돈을 내지 않고 도망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찜찜한 기분이었다.


끝까지 어리둥절한 나의 표정을 보고는 의사가 웃으며 해준 말은 "Welcome to Australia(호주에 온 걸 환영한다)"였다.


응급실은 Free of Charge (무료로)

호주에서는 응급실 치료는 무료다. 직접 응급실을 걸어 들어가면 어떤 상태인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대기 시간이 3-6시간 이상 길다. 하지만 응급실에서 받는 진료 및 치료는 누구에게나 무료다. 하지만 앰뷸런스를 타고 가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진료나 치료 진행은 빠르지만 대신 엠블런스를 이용한 비용이 29년 전 시드니에서는 8백 불 정도로 비쌌다.


하지만 골드코스트로 이사를 와서 몇 년 지나자 앰뷸런스 비용을 국민들 전기 요금에 추가 비용으로 이십 불 정도씩 포함시켰고 그때부터 엠블런스를 이용할 경우 비용을 따로 낼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렇게 전기세에 추가되어 나오던 엠블런스 비용도 몇 년 전부터는 전기요금에 더 이상 추가되지 않았고 엠블런스도 무료로 이용하게 되었다.


7년 전 골드코스트 응급실을 다시 찾았다.

7년 전에는 알레르기가 아닌 다른 이유로 엠블런스를 타지 않고 고 3인 아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을 가면 오래 기다릴 거라는 짐작이 되었기에 그날 응급실을 찾지 않으려 했었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 놀라기도 했고 불안했기에 응급실을 찾았지만 접수하고는 기다리지 않고 거의 곧바로 침대를 배정받고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날 나는 대기실에서 기다릴 수 없을 정도의 높은 혈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웬만하면 의사나 병원을 찾지 않는다. 평소에 혈압은 없지만 'white coat syndrome' 이 있어 나는 의사를 만나거나, 병원에만 가면 혈압이 아주 높게 치솟는다.


호주 GP (일반의)

7년 전 응급실을 방문한 후부터 나는 의사와 병원을 자주 들락거리게 되었다. 호주에서는 병원 시스템이 한국과는 약간 다르다. 호주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GP(일반의)를 정하면 그 정해진 의사만 만나고 있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면 나는 호주에서 29년 살며 GP를 세 번 바꾸었다.


첫 번째는 시드니에서 4년 살 때 그리고 골드코스트로 이사 와서 집 근처 병원에서 만난 GP가 두 번째였는데 9년 후 의사가 은퇴를 했고 이사한 나의 집과 거리가 너무 멀어 그 병원에서 다른 의사를 GP로 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사한 집 근처 병원 중에서 GP를 구해려 했고, 지금의 GP가 있는 병원을 처음 찾아갔을 때는 병원 리셉션 접수원에게 내가 만나고자 했던 GP는 더 이상 새로운 환자를 받지 않는다는 말로 거절당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병원을 다니는 친구의 소개로 GP가 직접 아들과 나를 흔쾌히 받아 주었다.


그 장소에서 오래되고 유능한 GP는 일정한 환자수가 되면 새로운 환자를 받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만난 GP와 벌써 10년 훌쩍 넘어가고 있고, 올해는 아들의 파트너까지 받아 주어서 우리 가족 GP가 되어 평생 함께 하고 싶은 GP다. 쉽게는 GP를 주치의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GP(일반의)를 찾는 경우

아주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모든 건강 문제가 생겼을 때 제일 먼저 GP를 찾아가 상담하고 진료를 하고 처방전을 받아 치료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병의 심각성에 따라 그것에 관련되는 각종 검사(피검사, 초음파 검사, 엑스레이 등)들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고, 거기에 맞는 전문의나 종합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게 예약까지 직접 넣어준다. GP가 진단해서 넣어준 예약으로 모든 검사와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면 그것 또한 무료다. 하지만 전문의를 만나거나 내가 기다리지 않고 종합 병원을 직접 찾거나 진료나 수술을 일찍 받고 싶으면 개인 보험이 들어있거나 돈을 지불해야 한다.


GP들도 그들이 취득한 능력에 따라 그들이 볼 수 있는 환자 범위가 다르다. 예를 들어 주사를 줄 수 있는 의사도 있고 할 수 없는 의사도 있고, 일반의뿐만 아니라 피부전문의까지 수료한 의사도 있다. 자신의 개인 병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병원에 소속되어 GP를 하는 경우도 있다.

GP 비용

GP를 만나고 병원비를 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GP를 둔 병원 자체에서 Bulk Billing 방식으로 정부가 주는 메디케어 카드만 있으면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다른 하나는 나의 GP 같은 경우이다. 무료가 아니고 정부가 책정한 돈보다 더 많이 받는다. 그래서 환자가 돈을 먼저 내고 GP를 만난 다음 정부로부터 3분의 2 정도 돌려받는 방식이다. 이때 돌려받는 돈은 정부 의료보험에 제공된 나의 개인 은행계좌로 돈 지불한 다음날까지는 돈이 들어온다.


호주는 기다림

GP를 만날 때는 항상 예약을 먼저 해야 하지만 예약 시간에 의사를 만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병원은 한국과 다르게 의사들은 설명을 아주 친절하게 잘해주고 환자들은 질문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예약 시간대로 진료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감기에 걸려도 목이 심하게 아프거나 열이 나지 않으면 병원을 찾지 않는다. 병원을 찾아도 나의 GP는 아무 처방전도 필요 없다고 할 것이 뻔하고 푹 쉬며 5끼 잘 챙겨 먹고 물 많이 마시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7년 전 호주에서 나는 어떤 검사를 받기 위해서 10개월 정도 기다린 적이 있었다. 물론 생사를 다투는 검사도 아니었고 검사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기에 빨리 받으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그냥 의료 시스템에서 나의 순서가 정해져 오기를 무던히 기다린 탓도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10개월 정도 걸려 처음 진료를 받게 되었다. 이렇게 오래 늦어지자 한국에 사시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호주의 의료시스템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못마땅하셨던 모양이었다. 그러다 사람 잡겠다고 걱정하시며 당장 한국으로 나오라고도 하셨다. 하지만 일단 호주에서는 시스템에 들어가면 그 후의 검사나 진료 그리고 시술이나 수술은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한국과 너무 달랐던 점이 또 있다. 거의 5년 전, 그때 한국에 나오기 전부터 미끄러지며 무릎을 꺾여 무척 아팠지만 엄마의 팔순이라 한국을 나왔고 모든 행사가 끝이 나고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한국에서 정형외과를 엄마와 함께 갔다. MRI를 찍고 결과를 보더니 무릎에 구멍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며 정형외과 의사는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호주에 살고 있어서 수술 말고는 방법이 없냐고 물었는데 정형외과 의사는 수술 말고는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당장 수술을 하자고 날을 잡으라고 했다. 수술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지만 둘 다 최소 6-8주는 걸을 수 없다고 했기에 나는 할 수가 없었다. 그때는 이미 다시 호주를 들어가야 할 시간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기에 MRI 촬영과 결과만 가지고 호주로 돌아가 나의 GP를 만났다.


나의 GP는 한국에서 받아간 MRI 촬영과 결과를 한참 보고는 올림픽 선수될 거 아니면 수술해서 무릎에 칼 데지 말고 기다리자고 했다. 우선 염증 치료약을 몇 주 더 먹고는 부기를 가라앉히고 기다리자고 했다. 그랬더니 서서히 회복이 되어 나의 무릎은 차츰 괜찮아졌고 완전히 나았다. 시간은 몇 년 걸렸지만 수술 없이 자연 치유가 되었다.


외국에 살다 보면 기다림은 저절로 삶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 오래 기다린다고 짜증내고 화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어디서든지 줄을 서고 그냥 기다리고 있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항상 오래 걸리고 예약 시간에 딱 맞게 들어가 본 적이 없다. 29년 살면서 단 한 번도 없다. 약도 과용하지 않는다. 웬만한 병은 기다려보자고 한다.


한국과 호주는 다르다

그래서 다른 것 같다. 한국은 모든 빠른 방식과 주사와 약을 쉽게 주고, 엑스레이, CT, MRI 같은 검사도, 수술도 쉽게 행하는 반면 호주의 방식은 다르다. 웬만히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 병들, 감기 같은 것에는 주사는 물론 약도 주지 않고 꼭 필요한 검사가 아니면 엑스레이나 CT는 꼭 필요할 때만 하게 한다.


글을 쓰면서도 어느 나라가 더 좋고 나쁘다는 결론을 지을 수는 없다. 다만 많이 다르기에 어떨 때는 여기가 편하고 또 어떨 땐 저기가 편하기도 하다. 분명한 건 아파서 누워 있다 보니 나는 두 곳을 다 누릴 수 있으니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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