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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aengwriting Jul 08. 2021

호주, 코로나 백신 그리고 마스크

코로나는 여전히진행 중

"Welcome back, mum. I miss you so much"


호주에 도착해서 2주 호텔 격리를 마치고 나온 나를, 마중 나온 아들은 찐하게 안아주며 반겨주었다. 아들을 보자 '드디어 격리가 끝났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어색했다. 방에서부터 쓰고 나온 마스크를 어떡해야 할지 몰라 어색해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아들은 싱긋이 웃으며 말을 했다.


" 엄마 마스크 벗어도 돼요. 여기선 요즘 마스크 필요 없어요." 


코로나 검사는 3번 받았다. 한국에서 비행기 타기 이틀 전과 호텔 격리 중 2번 받았으며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격리 마치고 나오자마자 마스크를 벗자니 기쁜 마음이 들었지만 괜한 노파심도 함께 들었다.




Covid19으로 전 세계적 팬데믹 상황이 일어났을 때 호주는 해외유입 경로를 완전히 차단하고 특히 우리가 사는 퀸스랜드 주 정부는 다른 지역에 비해 더욱 강력하게 주 경계는 물론 지역을 폐쇄하고 제한, 격리 등으로 강하게 대처했고 모든 사람들이 감기 증세만 있어도 코로나 검사를 받는 등의 협조로 어느 순간부터 마스크 없이 일상을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는 코로나가 발생하고 작년부터 지금까지 마스크를 2-3주 정도 사용한 것이 전부였고 그런 후부터는 마스크 없이 지금까지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들과 비교해서 나는 지난 15개월간 한국에서 집 밖을 나서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꼭 써야 했기에 어느새 마스크를 벗는 행동이 어색했고 마스크 없이 사람들이 어울려 있는 모습도 낯설었다.



호주에 도착해서 첫날 어색했던 마스크를 쓰지 않는 생활은 너무 쉽게 익숙해졌고 격리를 마치고 제일 먼저 담당의사 GP를 만났다. 그동안 나에게 나타난 증세를 상담받고 몇 가지 검사와 수술을 예약했다. 건강을 먼저 챙겨야 하는 신세라 우선 급한 순서대로 움직였고 담당 의사의 권유로 나는 코로나 백신을, 호텔 격리로 다소 좋아진 컨디션일 때, 우선순위로 먼저 맞기로 결정했다.




호주에서 코로나 백신은 나이 제한 없이 접수 신청하면 누구나 맞을 수 있었으나 백신 접종률은 엄청 낮은 편이었다. 마스크도 쓸 필요 없이 살고 있으니 아마도 백신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듯했고 거기에 50세 이상은 아스트라 제네카를 맞으라는 정부의 정책으로 나의 친구들은 후유증으로 말이 많은 아스트라제네카를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담당 의사 말로는 특정 지역에서는 코로나 백신 접종하는 크리닉을 찾아가 직접 줄을 서고 기다려서 맞을 경우 운이 좋으면 화이자를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어쨌든 나는 어느 백신이든 상관없이 무엇이든 맞을 각오로 크리닉이 있는 커뮤니티 센터로 찾아갔지만 이틀 전부터 시스템이 바뀌어 더 이상 그 자리에서 접종시켜주지 않았고 온라인으로 접종 예약을 도와주며 백신 맞을 예약 날짜를 바로 정해 주었다. 그래서 운 좋게 기다려서 화이자를 맞을 희망은 사라졌지만 백신 맞을 예약 날짜를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뉴스에서 50세 이상 아스트라 제네카를 권장하던 나이를 60세 이상으로 조정한다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었다. 코로나에 대해서는 모두가 처음 겪는 팬데믹이라 어느 나라할 것 없이 호주에서도 대처하는 방법이나 방식이 자주 바뀌고 있는 것 같았다. 어쨌든 나는 따로 요구할 필요 없이 아직까지 말썽 없는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되었다.




백신 맞는 날,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 그런지 번잡하지도 기다림도 없이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간단히 서류를 작성하고 운전면허증과 메디케어 카드를 보여주며 인솔자의 안내로 백신 접종실로 들어갔다. 접종실에는 두 명의 의료진들이 맞아주었고 한 명은 컴퓨터로 기록하며 주사를 준비해주었고 다른 한 명은 접종 전후에 필요한 모든 질문과 설명을 해주고는 주사를 맞혀 주었다. 지난 모든 예방접종 후 특별한 알레르기 증세가 전혀 없었던 나는 15분 정도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장소로 안내되어 갔고 그곳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으며 2명의 간호사가 서서 나를 반겨주었다. 빈 의자에 앉기 전에 제공되어 있는 물 한 병과 수박 맛 츄파춥스를 들고 자리에 앉아 코로나 백신 설문서를 작성하며 기다렸다. 개인적으로 화이트코트 신드롬이 있는 나는 이런 병원 놀이에도 혈압이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처음 맛보는 츄파춥스의 달콤함이 위로가 되었다.


호주에서 아이도 낳고 키우며 30년 가까운 시간을 살다 보니 한국과는 달리 호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백신 할 때를 빼고는 주삿바늘을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이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감기만 들어도 주사를 쉽게 맞을 수 있는데 여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백신을 맞고 주위를 돌아보니 거의 모든 사람들 입에 츄파춥스가 물려 있는 것이 보였고 주삿바늘의 따끔한 아픔과 츄파춥스의 달콤한 위로가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웃음이 나왔다. 기다리는 시간이 끝나자 지키고 있던 간호사가 알려 주었고 나오는 길에 3주 후 2차 접종할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차로 돌아오니 삼사십 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화이자 백신은 독감 예방주사 때보다는 주사 맞은 팔이 아프기는 했지만 그 외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 주사 맞은 날 밤 잠을 자다 한밤중에 주사 맞은 팔 쪽으로 돌아 눕다 팔이 아파서 잠이 깼다. 일어나 보니 팔을 꽤 많이 아팠고 앞으로 올리기에는 괜찮았으나 옆으로는 올리기가 힘들 정도로 꽤 아팠지만 주사 맞은 지 3일째 되자 그것조차도 많이 옅어졌다. 


호주 친구들에게 백신 일차 접종했다는 말을 하고 백신 맞은 증세를 이야기하니 다들 놀라워했다. 호주 특히 우리가 사는 주는 코로나와는 조금 거리가 먼 나라처럼 다들 일상을 살고 있어서 그런지 나의 친구들 중에서는 그 누구도 백신을 맞으려고 서두르는 친구는 없었다. 그리고 뉴질랜드에 있는 친구도 여기와 마찬가지로 아직 백신을 맞지 않고 그냥 지켜보는 중이라 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나는, 한국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차 백신까지 맞았다 하며 이야기를 하니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호주에서 마스크를 쓰는 경우는 지역 감염이 생겼을 때 주정부의 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리고 내가 호주에 온 후 주정주는 다시 마스크를 쓰도록 했고 연이어 3일간 지역 폐쇄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호주에서도 여전히 코로나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 다만 호주에서는 코로나 감염이 지역 발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다시 코로나가 발생한 상태이며 그 경로는 외국에서 유입되어 들어온 감염자를 호텔 격리시키는 과정에서 관리자들 중에 코로나에 감염되어 지역 감염으로 번지는 경우라 관리하는 사람들의 백신 접종이 되지 않았거나 안전교육을 철저히 하지 않은 주정부에게 질문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멜버른이 지역 폐쇄를 진행하며 거의 다 막은 상태이고, 얼마 전 시드니에서 해외 유입자를 이송하는 차량 운전자가 감염되어 지역 발생을 또 유발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퀸스랜드 주에서는 브리즈번에 있는 한 병원의 코로나 치료 병동 안내 데스크에서 캐주얼로 일한 직원이 감염되어 지역 발생을 일으킨 경우가 생겼고, 정직원은 아니지만 병원에서 일을 하면서도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사실에 모두가 크게 놀라고 그녀의 활동 범위가 넓고 감염률이 높다는 델타 버라이언 코로나라는 것에 위험을 느껴 퀸스랜드 주정부에서는 3일간 지역 Lockdown(폐쇄)에 들어갔다.




물론 한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적은 숫자의 지역 감염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15개월 동안 한국에서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정도로 호주 주정부에서는 지역 폐쇄를 실시하며 강하게 통제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민들이 잘 따라주는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주정부에서는 처음부터 강하게 대처해서 빨리 끝내겠다는 정책을 쓴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호주에 도착해서 한 달 만에 처음으로 다시 마스크를 쓰고, 지역 폐쇄를 실제 경험하게 되었다. 폐쇄 중에도 생필품을 파는 슈퍼나 병원은 문을 열고 산책도 허용된다고 하니 걱정 없이 느긋했다. 이런 가운데 록다운이 시작된 날 뉴스에서 몇 군데에서는 패닝 바잉(panic buying)이 시작되어 화장실 휴지가 다 팔려 나갔다는 뉴스를 봤다. 왜 하필이면 화장실 휴지인지 웃음이 나왔다. 호주 친구들도 같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우리는, 그 누구도 사람들이 왜 화장실 휴지에 꽂혔는지를 알 수 없어 이것도 우스운 하나의 코로나 현상인 듯하다며 우리는 연관된 많은 농담을 하며 웃었다.


코로나라는 생소한 경험을 한국에서 15개월 그리고 호주에 와서도 계속 진행형으로 경험하고 있다. 어느 나라, 정부, 국민에 상관없이 완벽하게 대처하고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호주 정부차원에서는 화이자 백신은 주문한 양이 턱없이 모자라서 이차 주문량이 9월에나 들어올 것이라 하고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남아도는 등 이런저런 실수들이 터져 나오며 여전히 코로나는 진행형으로 종결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런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백신 접종을 해서 집단 면역을 이루는 일원이 되고, 정부의 지침에 잘 따르며 불필요한 친목은 자제하면서 계속 변형되어 무섭게 번지는 코로나를 언젠가는 우리 힘으로 통제하고 이겨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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