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안갯속에
풍덩 빠졌다.
하늘 집
구름 속에 사는 착각이 든다.
와~ 멋지다!
내가 잠든 사이
안개는 세상을 통째로 삼켰고
하얀 백기든 세상에서
겨우 잠이 깬 나는
와~ 멋지다!
를 되풀이한다.
모든 것이 하얀 풍경에 취해
잠의 끝자락 붙잡고
다시 꿈을,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하얀 세상이 내려다 보이는 궁궐
창문에 혼자 서 있는 공주님을…
안개를 뚫고 말 달려 나올 것 같은
백마 탄 이웃 나라 왕자님을…
동화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생각하다
나이를 묻는 자각으로 웃어본다.
밑도 끝도 없는 싱거운 상상을 접고
밖으로 나와 안갯속을 걸어본다.
물기 가득 품은 안개를
온몸으로 느끼며 걷다 보니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거미집이 지천이다.
안개의 작은 알갱이 실에 꿰어
반짝이며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숨기기도 드러내기도 하는
새벽안개는 참 신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