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추억 하나
어릴 적 부모님 집에는
옥상에 큰 평상이 하나 있었다.
해가 기울고 평상에 그늘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하나둘씩 옥상으로 올라갔다.
특히 여름은 집안보다 옥상이 시원하니
평상의 인기는 최고였다.
그 당시 부모님 집 뒤로는
높은 건물이 전혀 없었다.
열린 공간 옥상이었지만
누구도 쳐다볼 수 없기에 좋았다.
큰 평상에 누워 하늘도 보고
노래도 듣고 책도 읽고 그림도 그렸다.
우리는 대가족이라
옥상에 놓인 평상도 방처럼 아주 컸다.
거기서 각종 여름 과일은 물론이고
시원한 수박을 평상에서 자주 먹었다.
여름 방학 동안에 엄마는 간식을
옥상에서 먹을 수 있게 만들어 주셨다.
떡볶이와 닭튀김을 해주셨고
순대와 튀김도 사 와서 평상에서 먹었다.
매운 닭발을 처음 먹어본 곳도
우리 집 옥상 평상에서였다.
중1 때 친구가 맛있다고 노래한 닭발을
엄마에게 먹어보고 싶다고 부탁했다.
그래서 엄마가 만들어줬지만
이상한 모습의 닭발에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맛있게 만들어진 닭발을
여럿이서 다 함께 시도하니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집은 여름이면 저녁밥을
거의 매일 옥상에서 먹었다.
아버지가 퇴근하시는 시간에 맞춰
준비한 음식들을 평상으로 옮겼다.
그래서 아버지가 집에 오시면
옥상에서 모두 함께 저녁을 먹었다.
옹기종기 앉아 저녁을 먹고도
밤늦게까지 이야기 꽃을 피우며 지냈다.
어린 시절 옥상 평상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나는 발코니에 평상을 하나 만들었다.
부모님 집처럼 평상이 크고 넓지도 않고
대가족도 아니지만 평상에 앉으니 추억이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