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학년 이야기

아들 하나 키운 이야기

by insaengwriting


9학년


한국으로 치면 중3이고 여기서는 미들 페이스라고 하고 아들은 9학년 미들 페이스를 대표하는 학생회장이 되었다. 밴드부는 하나 더 추가되어 한 개의 현악부와 두 개의 밴드부에 참석을 했고 그걸 위해 일주일에 3일 이상은 학교 시작 전과 하교 후 전체 연습에 참석했다. 음악 특별반으로 합격해서 들어왔으면 당연히 따라야 하는 의무였기 때문이었다. 9학년 수업 과목은 8학년과 같은 걸로 이루어졌고 9학 마지막 텀에서는 10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위한 선택과목 설명회의 밤이 열렸다. 거기서 설명을 듣고 10학년에 선택한 과목은 화학, 수학 B와 일본어였다.


미들 페이스 학생회장 당선


9학년 때 학생회장이 되자 개학하고 첫 번째 열리는 전체 조회에 부모들을 초청해 주었고 전체 조회 후 바로 학생 간부들과 그들의 부모들을 초대해 축하 모닝티 파티를 학교 측에서 열어주었다. 나도 거기에 초대받아 참석해 갔고 호주에 살면서 처음으로 인종차별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인종차별을 받았다.


나에게 인종 차별이라는 느낌을 들게 한 사람은 바로 이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었다. 아마 아시안이었던 아들이 회장이 되어서인지 파티에 있는 동안, 인사를 하러 와서도 옆에 서 있던 부회장 엄마에게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했고 나와는 눈 한 번을 마주치지 않았었다. 나는 그때까지 초등 공립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에게는 미술 수업으로 인정을 받으며 학교 캠프를 거의 나의 권한까지 할 수 있도록까지 부여받고 지냈는데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의 이런 반응은 나에게는 엄청난 쇼크로 다가왔었다.


그렇게 쇼크를 받고 돌아와서도 내내 믿기지 않았다. 그런 행동을 한 교장선생을 생각하니 9학년 학생회장이 된 아들의 꿈인 12학년 때 학생회장의 꿈은 이 교장에게서는 가능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내 아들의 꿈이 좌절될 것 같아 안쓰러움이 들기 시작했지만 그것 또한 아들이 견뎌내야 하는 문제였고 나는 내 마음을 추스리기에 그날은 바빴다. 하교 후 아들을 픽업한 뒤 나는 말을 꺼내 놓으며 그때의 상황 설명과 함께 나의 기분과 걱정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었다.


고향이 아닌 타향살이에서 인종차별은 허다한 일이다.


인종차별, 타국에 살다 보면 한두 번은 받고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무작정 아시아인을 미워하는 사람들도 있고 낮춰보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때까지 한 번도 크게 느껴 본 적 없어 자잔한 것이라 무시하고 넘겼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나라는 존재를 마치 없는 사람 취급하듯 무시했다'는 표현을 해야 하나 아들 찰리에게 말할 때까지도 나는 분명하게 내가 받았던 그 기분을 정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분이 정말 나빴던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아마 내가 일하는 학교 교장선생님과 너무 달라 더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의 능력을 전적으로 인정해 주시고 믿어주고 지원해주시는 분과는 너무 달라 충격이 클지도 몰랐다.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아들과 나눴다.


그날 우리는 전에는 한 번도 다뤄보지 못한 무거운 주제인 '인종차별'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우선 아들이 인정하길 바랬다. 호주에서 태어나고 살며 자란 호주 사람이지만 남들이 보기엔 외형은 그냥 아시안이라는 사실을 아들이 알았으면 했다. 외형을, 피부색을 고칠 수는 없으니 우리는 두 가지를 모두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이면서 호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그래서 우리는, 특히 아들에게는 자신을 더욱더 빈틈없이 철저하게 만들라고 권했다. '외형으로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를 쉽게 볼 수 있는 조그만 허점도 보이지 말라고 했고, 무엇을 하든 남보다 월등히 앞서야 한다고 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너를 쉽게 넘볼 수 있는 거리도, 빈틈도 주지 말라'라고 당부했었다.


아마도 그날은 아들에게도 큰 충격적인 날이 되었것이다. 엄마인 내가 이런 섭섭함을 보인 적도 이렇게 '강해져라, 빈틈도 허점도 보여주지 마라, 월등히 뛰어나라'라고 강조해 본적이 한 번도 없었고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나는 여러 차례 나 자신을 반성하고 돌아보다 좋은 경험 했다 생각하고 털어냈고 그렇게 다소 순해진 마음으로 아들에게 정정하며 말을 몇 차례 더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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