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월 9일 월요일 -
♡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 피아노 소나타 21번 다장조 Op.53, '발트슈타인'/ Piano Sonata No.21 in C Major 'Waldstein'>
■ https://www.youtube.com/watch?v=D83iZDtG7Us (1악장 Allegro con brio)
하루가 더 주어진 휴일 덕에 늘어진 정신을 부여잡고 월요일 아침은 좀 더 부지런해져야겠다 싶었다. 아침 일찍 '발트슈타인' 소나타를 들으며 아파트 화단을 걷다가 '아사삭' 발끝으로 전해진 소리에 깜짝 놀라 아래를 보니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감나무 꽃 한송이가 내 샌들바닥에 으깨져 풋내를 뿜고 있었다.(핏빛이 아니라 다행이다. 수분도 별로 없어 '아사삭' 보다는 좀더 '푸석'한 느낌이었다.)
큰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얘들이 왜 떨어졌을까 밟아 으깨버린 감나무 꽃에 미안한 마음에 스마트폰으로 변명거리를 찾아 혹시 이렇게 우수수 떨어진 이유가 있을까 찾아봤다.
개화한 후 꽃이나 열매 등이 떨어지는 현상을 준드롭(June drop)이라 부르는데, 6월에 많이 발생해서 그렇단다. 주요 원인은 바람‧태풍 또는 병해충 때문인데, 그도 저도 아니면 나무 스스로 적과를 얻기 위해 자기 조절을 하는 것이란다. 그런데, 감나무의 경우 다른 유실수와는 달리 새 줄기가 나면 거기서 더 많은 감꽃이 피는데, 수정이 잘 되지 못해 좀 많이 떨어지긴 한단다.(무심한 짓밞음에 대한 변명거리가 되려나)
그런데, 최근 모기며 바퀴벌레 같은 해충을 막느라 아파트 소독이 자주 있었던 것 같다. 몇차례에 걸쳐 아파트 구석구석 소독을 자주 하더니 그 때문에 감나무꽃의 수분을 도와줄 곤충들이 줄어들어서 그런건 아니었을까? 사실 올봄 아파트 화단에서 벌이며 나비 같은 곤충을 자주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작년 가을에는 아파트 화단 곳곳의 감나무에서 꽤 많은 감들이 열려 다 익어 떨어지면 어쩌지? 저 많은 걸 누가 다 따갈까? 했었는데...
아무래도 올해는 그런 고민을 못해볼 것 같다. 감나무에서 떨어진 꽃들에겐 미안할 따름이지만, 곤충들(특히 바퀴벌레와 모기)과 함께 사는 삶에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도시인들에겐 월요일 아침부터 참 고약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이 곡은 1803~1804년, 베토벤이 34세 무렵에 작곡한 곡으로 베토벤이 본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가 빈으로 가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페르디난트 폰 발트슈타인 백작(Ferdinand Ernst Joseph Gabriel von Waldstein, 1762~1823)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1802년 베토벤은 청력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소위 '하일리겐슈타트 유서'까지 쓸 정도로 삶에 대한 비관과 음악가로서의 미래에 대해 절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기어이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1803년부터 ‘영웅 교향곡’(3번) 등의 대작들을 잇달아 발표하며 오히려 그의 한계를 시험하며 새로운 음악세계를 열어나가고 있었다.
그해(1803년) 프랑스의 피아노를 제작하는 에라르(Érard)사에서 5옥타브 반(68건반)의 신형 피아노를 베토벤에게 선물했는데, 이 피아노는 기존 피아노보다 음역대도 넓고 음량이 풍부해 베토벤은 한층 더 역동적이고 관현악적인 사운드를 실험할 수 있게 됐다.
‘발트슈타인 소나타’는 이 새로운 피아노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한 작품으로, 이전 소나타들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비록 피아노 소나타지만 교향곡적인 규모와 극적인 구성, 그리고 비르투오소적인 화려한 기교를 모두 담은 대담한 작품이다.
베토벤은 스스로도 이 곡에 대단히 만족했는데, 이 곡을 '대(大) 소나타'라고 부르며 자신의 중기 소나타 작품 중 가장 자신 있는 걸작으로 간주했다. 실제로 출판 당시부터 “대소나타”라는 별칭이 붙었고, 이후 “열정” 소나타(Op.57), “고별” 소나타(Op.81a)와 함께 베토벤 중기 피아노 소나타의 3대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1악장(Allegro con brio)은 반복적인 피아니시모 화음으로 시작하는데, 단순하지만 긴장감 넘치는 리듬으로 상승하며 폭발적인 에너지로 이어진다. 주제는 저음부의 화음에서 고음부의 찬란한 폭발까지 아우르며, 두 번째 주제가 잔향처럼 두 번 등장해 조화를 이룬다. 1악장 전개부에서의 이 거대한 상승과 폭발에 대해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에트빈 피셔(Edwin Fischer(독), 1886~1960)는 ‘광채를 머금은 태양의 수레를 타고 하늘을 정복한 태양신의 고대 전설’ 같다며 격찬했다. 2악장(Introduzione. Adagio molto)은 짧고 느린 서주로, 원래는 ‘안단테 파보리’라는 독립된 곡이었으나, 베토벤은 소나타의 구조상 길이가 너무 길다는 지적에 지금의 아다지오로 대체했다고 한다. 조용히 시작해 점점 격정적으로 고조되다가 다시 평온해지며, 마지막 화음에서 3악장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경과구가 인상적이다. 베토벤만의 유기적 창작의 전형을 보여준다. 3악장(Rondo. Allegretto moderato – Prestissimo)은 피아니시모의 교차손 멜로디로 시작해, 곧 포르티시모의 폭발적인 스케일로 이어진다. 양손이 메아리처럼 주제를 주고받으며, 비르투오소적 테크닉과 상상력을 보여준다. 중간 에피소드에서는 불협화음과 격정적 리듬이 교차하며 마지막 프레스티시모 코다에서는 환희와 승리감이 극적으로 분출된다. 고전적 양식 속에서 베토벤의 열정이 꽃피며 낭만주의의 전조를 느끼게 된다.
이 곡의 2악장과 3악장은 영화 <전망 좋은 방(A Room with a View)>(1985,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에서 주인공 루시(헬레나 본햄 카터 분扮)가 피렌체의 숙소에서 피아노를 연습하는 장면에 삽입되어 대중적으로도 더 잘 알려졌다.(https://www.youtube.com/watch?v=HBrhaTDZ1tY)
■ 앞서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빌헬름 켐프의 연주로 1악장을 먼저 들었다면, 전곡도 같이 감상해 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JLmSpBsDxdk
■ 이 곡 연주의 명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에밀 길렐스의 연주로 비교감상해 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Mb8HFK9Qv7M
♡ 감나무 그늘 아래
- 고재종
감나무 잎새를 흔드는 게
어찌 바람뿐이랴.
감나무 잎새를 반짝이는 게
어찌 햇살뿐이랴.
아까는 오색딱따구리가
따다 다닥 찍고 가더니
봐 봐, 시방은 청설모가
쪼르르 타고 내려오네.
사랑이 끝났기로소니
그리움마저 사라지랴,
그 그리움 날로 자라면
주먹송이처럼 커갈 땡감들.
때론 머리 위로 흰 구름이고
때론 온종일 장대비 맞아보게.
이별까지 나눈 마당에
기다림은 왠 것이랴만,
감나무 그늘에 평상을 놓고
그래 그래, 밤이면 잠 뒤척여
산이 우는 소리도 들어보고
새벽이면 퍼뜩 깨어나
계곡 물소리도 들어보게.
그 기다린 날로 익으니
서러움까지 익어선
저 짙푸른 감들, 마침내
형형 등불을 밝힐 것이라면
세상은 어찌 환하지 않으랴.
하늘은 어찌 부시지 않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