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월 5일 목요일 -
♡ 가브리엘 포레(Gabriel Urbain Fauré, 1845~1924)
<Pelléas et Mélisande(펠레아스와 멜리장드), Op.80, Suite: III. Sicilienne(시실리안느)>
■ https://www.youtube.com/watch?v=ybfffKpirNo
'쓱쓱 싹싹' 오늘 아침도 아파트 화단 옆을 쓸고 있는 경비 아저씨의 빗자루질 소리로 하루가 시작된다.
지난 몇 달간 세상을 들끓게 만들었던 경악스러운 정변(政變)과 이를 마무리짓는 대통령 선거(選擧)까지 다시 일상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습관같은, 그래서 때로 지겹고 때로 따분하기도 한, 그 일상이야말로 실은 가장 도도한 역사(歷史)의 실체인지도 모르겠다. 백무산 시인은 시집 『거대한 일상』(2008)에서 그가 평생 믿고 헌신했던 신념들조차 결국, 평범하고 어리석어 보이기까지한 소시민의 일상 속에 무력화되어버리는 현실에 회한을 느꼈던 것 같지만, 어쩌면 그조차도 일상(日常)이야말로 가장 거대한 역사임을 시집 제목을 통해 고백했는지도 모르겠다.
온갖 침략과 정변으로 얼룩진 우리의 근현대사를 생각해보면 꼭 6월 한 달만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해 기념하는게 맞는가 싶은데... 그래 6월 한달만이라도 "산 자와 살아남은 자들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산하해가신 호국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너무 비장하지 않은 음악으로 포레의 '시실리안느'를 골라보았다.
프랑스 현대 음악의 기초(!)를 닦았다고 평가받는 가브리엘 포레의 '시실리안느(Sicilienne)'는 운명이 이끈 비극적 죽음을 다룬 서정극 <펠레아스와 멜리장드>의 삽입곡이다. 이 곡은 원래 1893년 폴 아르망 실베스트르(Paul Armand Silvestre)가 각색한 몰리에르 희곡('르 부르주아 장틸롬')을 위해 작곡되었으나, 극장이 파산하면서 '르 부르조아 장틸롬'을 무대에 올리지 못하게 되자 이후 1898년 메테를링크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서정극의 부수음악으로 포레가 다시 쓰게 되었다.
원래 메테를링크의 서정극 <펠레아스와 멜리장드>의 부수음악은 드뷔시에게 의뢰되었는데, 하필 드뷔시는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오페라를 작곡 중이어서 이 연극의 연출자이자 주연배우였던 패트릭 캠벨(Mrs. Patrick Campbell, 결혼 전 이름은 Stella Campbell)이 포레에게 작품을 의뢰하게 되었다. 포레는 1898년 3~4월 런던에 머무르며 캠벨을 만났고, 극의 개막이 6월로 예정되어 있었기에 약 한 달 반이라는 촉박한 시간 안에 음악을 완성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르 부르주아 장틸롬>을 위해 작곡한 '시실리안느'를 재활용하게 된 것이다. 촉박한 시간때문에 나머지 곡들은 그의 제자인 샤를 쾨클랭의 도움을 받아 오케스트레이션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포레가 촉박한 시간에도 이 작품의 작곡을 맡게 된 이유는 메테를링크의 희곡이 지닌 상징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 인간 내면의 감정과 비극적 운명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 큰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그가 작곡한 부수음악은 작품의 의뢰자였던 캠벨뿐만 아니라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실제로 캠벨은 "포레는, 이 작품을 감싸는 시적 순수함을 가장 섬세하게 음악으로 구현했다"고 극찬했다고 한다.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를 위해 작곡한 부수음악은 총 17개 곡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 중 4곡만 따로 오케스트라 모음곡(Op. 80)으로 재편곡되었다. 이 중 'Sicilienne (Op.78)'가 가장 널리 알려졌지만, 다른 악장들 또한 음악적 깊이와 극적 표현력으로 현재까지도 연주 레퍼토리로 사랑받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모음곡(Op.80)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곡: Prélude (서곡), 2곡: Fileuse (물레잣는 여인), 3곡: Sicilienne (시실리안느), 4곡: La mort de Mélisande (멜리장드의 죽음)!
'시실리안느(Sicilienne)'는 두 개의 작품번호(Op.78, Op.80-3)를 가지는데 <르 부르주아 장틸롬>을 위한 부수음악으로 작곡했으나, 공연이 무산되면서 1898년 첼로와 피아노(또는 플루트와 피아노) 버전(Op.78)으로 독립적으로 출판되어 연주되는 버전이 있고, 오케스트라 모음곡으로 재편곡되어 발표된 곡의 작품번호( Op.80-3)가 따로 붙여졌기 때문이다.
■ '시실리안느'는 첼로와 피아노 편곡 버전, 하프와 플룻 편곡 버전, 그리고 플룻과 현악앙상블 편곡 버전 등 여러 버전으로 연주되는데, 제임스 골웨이의 플룻과 관현악(하프 포함) 버전으로 먼저 들어보고,
- https://www.youtube.com/watch?v=bIfzqpPfX1Q
■ 첼로와 피아노의 단촐하지만 첼로의 깊은 울림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게리 호프만의 첼로와 엘리안 레예스의 피아노 연주로도 감상
- https://www.youtube.com/watch?v=SFXbHtnuAWg
■ 서정극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부수음악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전곡은 프랑수아 를뢰의 지휘와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심포티의 연주로 감상해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qroD6PeafgA
♡ 평화나누기
- 박노해
일상에서 작은 폭력을 거부하며 사는 것
세상과 타인을 비판하듯 내 안을 잘 들여다보는 것
현실에 발을 굳게 딛고 마음의 평화를 키우는 것
경쟁하지 말고 각자 다른 역할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
일을 더 잘 하는 것만이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좀더 친절하고 더 잘 나누며 예의를 지키는 것
전쟁의 세상에 살지만 전쟁이 내 안에 살지 않는 것
총과 폭탄 앞에서도 온유한 미소를 잃지 않는 것
폭력 앞에 비폭력으로, 그러나 끝까지 저항하는 것
전쟁을 반대하는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이 평화의 씨앗을 눈물로 심어 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