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월 26일 목요일 -
♡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
< 오페라『투란도트』중 '아무도 잠들지 말라'(의역: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외 /
'Nessun Dorma' from the opera 『Turandot』& Other representative arias>
■ https://youtu.be/Q_hLh4qCqpg?si=X057bz3uSgnG5MgK (루치아노 파바로티)
어제 정겨운 우리 가곡들을 들으면서, 오늘 아침에는 최고의 성악곡 중 하나로 꼽히는 오페라 『투란도트』중 '아무도 잠들지 말라'(Nessun Dorma, 우리나라에서 '공주는 잠 못 이루고'로 알려져 있다)를 함께 듣고 싶어졌다. 2007년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서 폴 포츠라는 평범한 휴대폰 판매원이 놀라운 성량과 감동적인 목소리로 이 아리아를 열창해 결국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대중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게 된 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UC3fIjn4GgQ
어제 소개한 우리 가곡과 오늘 소개하는 오페라 아리아는 서로 완전히 다른 장르의 성악곡이다. 가곡이 시와 음악이 결합된 장르로 서정적인 개인의 감정을 노래로 표현한다면 오페라 아리아는 연극의 극적 요소를 담은 노랫말에 웅장한 관현악 반주, 화려한 무대 의상과 조명, 그리고 절정의 기량을 담은 가수들의 화려한 가창까지 말 그대로 종합예술 장르의 노래다.
인류 역사에서 우리는 수많은 천재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당대 인류가 사유하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했던 인식의 경계를 깨어버림으로써 인류의 사유와 삶이 더 크고 넓은 지평을 갖게 되었다는 데 있다. 오페라 계에서 푸치니는 스스로 기존의 오페라의 전통과 관습을 바탕으로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결국 그 경계를 허물어 버리고 그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를 통해 20세기 공연예술은 물론 영화 장르에까지 영향을 끼친 '천재'였다. 특히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말라(Nessun Dorma)'는 그가 이전 사실주의 오페라에서 비극적 결말의 카타르시스로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던 것과 반대로 사랑의 환희를 성취하는 희망적 엔딩으로 관객들에게 또 다른 벅찬 감동을 안겨 주었다.
아마도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서 폴 포츠가 '아무도 잠들지 말라(Nessun Dorma)'를 불러 관객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킨 이유도 그가 현실의 휴대폰 판매원이라는 한계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그의 꿈을 쫓아 그 경계를 넘었기 때문일 것이다.
푸치니는 1858년 12월 22일 이탈리아 루카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문은 5대에 걸쳐 150년간 음악가를 배출한 유서 깊은 집안으로 푸치니의 아버지는 교회에서 음악을 맡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푸치니가 5살 때 세상을 떠나면서 어머니 알비나 홀로 1남 4녀를 키워야 했다. 이 무렵 푸치니는 "특별한 재능을 보이지 않았고, 학교 성적도 평범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가난한 삶이 푸치니의 재능을 숨길 순 없었다. 1876년 푸치니가 18살 되던 해 그는 지역의 오르간 경연대회 1위를 차지하며 그의 숨겨진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해 그는 그의 진짜 천재적 본능을 일깨우는 한 편의 공연을 관람하고 만다. 피사에서 열린 베르디의 오페라〈아이다〉공연이었다. 기차표를 살 돈이 없어서 피사에서 루카까지 걸어서 귀가해야 했지만, 그는 이때 기어코 "오페라 작곡가가 되고 말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된다. 결국 1880년 밀라노 음악원에 입학해 폰키엘리에게 사사했으나, 빵 한 조각으로 연명하는 극심한 가난 또한 감내해야 했다. 동기인 마스카니(〈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작곡가)와 함께 어렵게 학창생활을 이어갔지만, 1883년 졸업작품으로 교향곡 〈카프리치오 신포니코〉발표해 인정받으며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졸업 후 본격적으로 푸치니는 자신이 만든 오페라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초기작품인 오페라〈빌리〉는 공모전에서는 악보가 읽기 어렵다는 이유로 탈락했지만, 출판사 리코르디의 눈에 띄어 어렵게 초연 무대를 열었지만 큰 반응은 얻지 못했다. 뒤이어 무대에 올린 오페라〈에드가〉(1889)는 더 참담한 실패를 맞봐야 했고, 그렇게 연속된 좌절 속에서도 결코 꿈을 꺽지 않았던 푸치니는 마침내 1893년 오페라〈마농 레스코〉로 재기하게 된다. 대본에만 무려 8명의 작가와 함께 작업하며 극적 완성도를 높인 덕분이었는지, 토리노에서의 초연은 대중과 평단의 "열광적인 찬사"를 받았다. 이 성공으로 그는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푸치니는 우리가 명작으로 손꼽는 오페라들〈라 보엠〉(1896, 파리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사랑을 그린 사실주의 오페라로 푸치니의 힘든 청춘 시절 경험을 담고 있다.), 〈토스카〉(1900,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목숨을 잃는 폭력과 배신의 드라마, 우리에겐 '별이 빛나건만'의 처절한 아리아로 잘 알려져 있다.) ,〈나비부인〉(1904, 이국적인 낯선 소재 때문에 밀라노 초연은 관객의 야유로 실패했으나, 푸치니가 5번이나 개정한 끝에 마침내 명작의 반열에 이른 작품) 등을 발표하며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로 등극하게 된다.
* 오페라〈토스카〉는 초연은 당시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사랑했던 테너 엔리코 카루소의 등장으로 대 흥행을 이뤘는데, 마침 카루소가 부른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이 유튜브로 올라와 있어 소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59ysjn-wLI (녹음기술 초창기라 음질은 ㅠㅠ)
그리고 푸치니는 기존의 그가 보여주었던 오페라의 기교와 감동을 뛰어넘는 대담한 작품을 구상하게 되는데 이 작품이 바로 그의 마지막 오페라 작품이자(마지막 3막 마지막 이중창 부분 작곡 중 후두암으로 인해 작곡은 마치지 못했다. ㅠㅠ) 그의 최고의 오페라로 평가받는, 20세기 오페라 역사의 전환점이 된 대작『투란도트』다.
『투란도트』는 푸치니 스스로 "지금까지의 내 오페라는 다 잊어도 좋다"라고 할 정도로 혁신적인 작품이었는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드물게 대규모 관현악과 복잡한 폴리포니(다성음악)적 구성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현악, 목관, 금관, 다양한 타악기, 심지어 색소폰과 첼레스타 등 독특한 악기 편성으로 만들어낸 화려하고 입체적인 음향효과는 그전까지의 오페라와는 차별화된, 웅장하지만 섬세한 무대연출을 보여준다. 음악과 무대뿐만 아니라 오페라의 소재도 이전의 사실주의 오페라와 달리 이국적이고 환상적인(바그너의 작품처럼) 신화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그의 이전 작품 『나비부인』(1904)이나 『서부의 아가씨』(1910)에서도 이국적인 소재를 다루기는 했지만, 『투란도트』처럼 고대 중국이라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배경, 그리고 동화적이고 우화적인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워 기존 리얼리즘 중심의 오페라와 완전히 차별화된 작품이다.
또한 그는 바그너의 오페라처럼 주인공들을 표현하는 유도 동기(Leitmotif, 작품 속 특정 인물, 감정, 상황 등을 나타내는 짧고 반복되는 음악적 모티프) 기법을 효과적으로 차용하면서도 이탈리아 오페라 특유의 선율미와 감성, 멜로드라마적 요소를 결합해 기존의 오페라가 보여주지 못한 섬세한 몰입을 가능하게 하였다. 특히 칼라프, 투란도트, 류 등 『투란도트』의 주요 인물별로 특정 악기와 음악적 동기를 부여해, 각 캐릭터의 심리상태와 감정선을 입체적으로 묘사한 기법은 현대의 뮤지컬과 영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투란도트』의 줄거리는 이제 많이 알려졌지만 짧게 정리하면,
고대 중국의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매력을 가진 투란도트 공주는 세 가지 수수께끼를 맞춘 자와만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실패한 구혼자들은 모두 처형해버리고 있었는데, 이는 과거 그녀의 할머니가 타타르국 군대가 침략해 왔을 때 능욕당하고 살해당한 가슴 아픈 기억 때문이었다. 그래서 투란도트는 누구도 그녀를 차지할 수 없도록 말 그대로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내어 구혼자들에게 죽음의 복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투란도트의 아름다움에 반한 타타르의 왕자 칼라프가 나타나 그녀의 수수께끼에 도전해 모두 맞히고 만다. 하지만 투란도트는 칼라프 왕자에게 선뜻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에 칼라프 왕자는 내일 아침까지 당신이 내 이름을 알아맞히면 이전 약속을 무효화하고 죽음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한다. 이에 투란도트 공주는 신하들에게 '아무도 잠들지 말고' 그의 이름을 다음날 아침까지 꼭 알아오라고 명령을 내린다. 칼라프 왕자는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결코 자신의 이름을 알지 못할 거라며 자신 있게 노래를 부른다.(그 곡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Nessun Dorma, 아무도 잠들지 말라'다) 하지만, 이는 칼라프 왕자를 사랑한 시녀 류의 희생을 요구하였는데, 결국 그녀의 희생으로 칼라프 왕자와 투란도트는 마침내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에 이르게 된다.
■ 앞서 전설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젊은 시절의 목소리로 '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감상했다면, 이번에는 전설적인 바리톤 마리오 델 모나코의 격정적인 목소리로도 비교 감상해 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hXP8POR4Lpk
■ 1막에서 형을 집행할 준비를 하는 형리들과 이를 기다리는 군중들이 부르는 합창곡 '일명 달의 노래(Gira la cote, Perche tarda la luna?)'는 라 피니체 극장 합창단의 노래로 감상해 보자. 이 곡은 처형할 칼을 치켜들며 달이 뜨기만을 기다리면서 형리들과 군중들이 부르는 노래로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 https://www.youtube.com/watch?v=cajkW9CbDPI
■ 다음 곡은 투란도트에게 반한 칼라프가 수수께끼에 도전하겠다고 하자 왕자를 남몰래 연모하는 류가 이를 만류하며 부르는 아리아 "Signore, Ascolta! 들어보세요, 왕자님!"을 전설적인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에의 전성기 시절의 목소리로 감상해 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OIIDnoxQr74
■ 이어서 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칼라프는 수수께끼에 도전하기로 한다. 그리고 혹시 자신이 잘못되면 아버지를 잘 돌봐드리라는 부탁의 말을 전하며 부르는 아리아, "Non piangere, Liu! 울지마라, 류여!"는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함께 대표적인 리릭 테너 호세 카레라스의 노래로 감상해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v9pusxyUU70
■ 이어서 2막에서 투란도트 공주가 옛날에 궁전을 쳐들어온 타타르 군인들에 의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로우링 공주(그녀의 할머니)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수수께끼를 내어 복수하게 되었다고, 아무도 자신을 차지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아리아 "In quest reggia 이 궁전 안에서"는 소프라노 에바 마르톤의 연주로 감상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SdfvMBvLm_o
■ 마지막으로 칼라프 왕자와 투란도트 공주가 마침내 서로 사랑을 확인하며 포옹을 나누자 군중들이 환호하며 부르는 피날레 합창은 베로나 아레나 2016의 실항공연으로 감상해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36QmlwLc5pM
- 니스 아레나 디 베로나 오케스트라
♥ 아무도 잠들지 말라(Nessun Dorma)
- 주세페 아다미와 레나토 시몬 (오페라 『투란도트』의 대본 작가)
아무도 잠들지 말라!
아무도 잠들지 말라!
당신도, 공주여,
그대의 차가운 방에서
별을 바라보고 있구나,
사랑과 희망에 떨고 있는 별들을!
그러나 나의 비밀은 내 안에 숨어 있고,
내 이름은 아무도 알지 못하리!
아니, 아니, 그대의 입술에
빛이 비치면 내가 말해주리라!
그리고 내 입맞춤이 침묵을 녹여
그대는 내 것이 되리라!
(그의 이름은 아무도 알지 못하리,
우리는, 아아, 죽게 될지도 모른다!)
물러가라, 밤이여!
사라져라, 별들이여!
사라져라, 별들이여!
새벽이 오면 나는 이기리라!
이기리라! 이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