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 young in season May 17. 2018

dear toast

달콤한 갈색 향기 자욱한 부엌 한 편에 서서 


What make me toast today.

공기가 눅눅한 날이면 유난히 코가 민감해진다. 빗줄기가 눈 앞을 가릴수록, 보이지 않는 냄새들이 남는 감각의 공간을 잠식해 들어오는 것처럼. 유독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순간에 시작되는 주변의 온갖 냄새들은 그만큼 상상의 공간을 더하고, 딴생각에 잠기도록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 시절, 비 오는 날은 거추장스러운 것들 투성이었다. 가방에 도시락에 우산까지 손에 들어야 하는 것은 너무 많고, 아무리 조심히 걸어도 온 바짓단은 금세 축축이 젖어들기 마련이니까. 



우산을 거두고 서늘한 빗물을 떨어내고 문을 여는 순간, 보송보송한 공기와 함께 밀려오는 달콤한 냄새. 가방을 문가에 던져두고 축축한 차림 그대로 일단 부엌으로 뛰어가게 만드는 강렬한 빵 굽는 냄새. 후라이팬에 넉넉하게 식용유를 붓고, 계란물이 갈색이 되도록 황설탕을 잔뜩 넣어 구워지는 엄마의 토스트 냄새. 우산을 접다가 문득 그 달고 기름진 냄새가 그리웠다.



엄마의 토스트

그 당시 엄마 요리의 생명은 스피드였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면, 삼십 분 전부터 분주하기 짝이 없다. 오늘은 또 뭘 해 먹여야 좋을까. 애들이 배고플 텐데. 당장 식탁 위에 있는 걸로 뭐든 해 먹여야 하고, 다행히 식빵은 늘 남아 있는 편이다. 프렌치토스트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계란과 우유, 설탕이라는 삼박자가 필요한데 냉장고를 열어보면 늘 이 중 한 가지가 모자랐다. 그러다 보니 레시피는 큰 의미가 있을 리가 없고, 뭐든 있는 대로 넣는다. 




계란과 우유를 풀고 설탕으로 간을 맞추어 식빵을 넣는다. 대체로 식빵이 계란물을 머금기까지 기다릴 시간은 없다.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계란물을 묻힌 식빵을 앞뒤로 부쳐내면 완성. 냉장고에 딸기잼 찌끄러기라도 남아 있는 날은 행운이다. 심한 날은 계란이 없으면, 그냥 식용유에 식빵을 구워 설탕을 얹어 주셨다. 우유가 없으면 계란후라이를 식용유로 구운 빵에 올리고 케찹을 뿌리는 방법도 있다.  그렇게 기름 냄새 배인 따뜻한 빵은 엄마의 토스트라는 이름으로 진한 식용유 냄새와 함께 기억 한 켠에 굳건히 남아있다.



the golden brown, sleeping bread.

프랑스인의 프렌치토스트는 어떤 맛일까 궁금하던 참이었다. 어느 일본 방송에서 파리 하얏트 호텔의 수석 베이커가 최고의 토스트를 만드는 법을 공개했다. 첫 번째 비밀은 구운 지 하루 지난 바게트를 쓰는 것. 원래 프랑스에서는 하루 지나 못쓰게 된 바게트를 버리지 않고 먹기 위해 계란물에 담가 굽기 시작한 것이 프렌치토스트의 시작이라고 한다. 프렌치토스트를 하기 위해서는 너무 부드러운 갓 구운 빵보다 하루쯤 지나 적당히 질겨진 빵이 더 좋다. 최소한 4~5시간을 계란물에 잠기도록 두어야 하는 프렌치토스트의 경우 빵이 부드러우면 계란물에 같이 풀어져 틀이 필요한 브레드 푸딩이 되어버린다. 프렌치토스트의 틀이 되는 껍질이 조금은 질기고 단단해야 부드러운 속살이 계란물을 가득 머금어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란물이 가득 차오른 빵 표면에 슈가파우더를 뿌려 구워내면, 겉면은 바삭하고 속살은 보드랍고 따스한 프렌치토스트가 완성. 



파리지앵의 프렌치토스트에는 비밀이 하나 더 숨겨져 있다. 냉장고에서 산딸기 잼을 꺼내고 창과 화분에서 민트 잎을 두어 장 찢어 넣어 토스트에 곁들이는 것. 그냥 딸기잼과는 비교할 수 없다. 산딸기의 상큼하고 달콤한 맛에 민트의 시원함이 더해져, 자칫 느끼할 수 있는 프렌치토스트의 부드러움을 상큼하게 살려준다.




프렌치토스트 

the French Toast 

  

Ingredients (4인분 기준) 

어제 사 둔 바게트 빵 / 혹은 식빵

계란물 : 우유 120g, 생크림 100g, 계란 4개, 설탕 2큰술, 소금 1꼬집 

              (생크림의 분량은 취향에 따라 줄여도 생략해도 됩니다.)

바게트를 구울 버터 약간, 슈가파우더 약간 

산딸기 민트 잼 (혹은 산딸기잼 + 생민트 몇 장)

  

Method  

1) 볼에 계란물을 만들기 위해 우유 120g, 생크림 100g, 계란 4개, 설탕 2큰술, 소금 1꼬집을 넣고 잘 저어줍니다. (생크림이 없으면 우유로 대체 가능합니다.) 

2) 바게트 빵을 2~3cm 두께로 어슷 썰어준 뒤, 바트에 담가진 계란물에 빵을 눌러 담가줍니다. 

  (빵에 계란물이 충분히 스며들도록 실은 전날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음날 만들면 가장 좋지만, 

    3~4시간 혹은 빵을 찔러 구멍을 내고 30분 정도 담가줍니다.) 

3) 예열된 코팅 팬에 버터를 녹여준 뒤, 계란물에서 빵을 건져 중불에 올려주고 표면에 살짝 설탕을 뿌려줍니다. 

4) 표면이 캐러멜색이 나면 바로 불을 줄여 약불에서 천천히 익혀줍니다. 이쑤시개로 찔러 계란물이 묻어 나오지 않으면 완성. 

5) 산딸기 민트 잼이 없다면, 분량의 산딸기잼에 민트 잎을 찢어 넣고 잘 섞어 줍니다. 

6) 완성된 토스트에 딸기 소스를 올리고 민트로 장식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