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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Sep 02. 2019

GIVE & TAKE

선물로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선물을 고르는 일은 대부분 즐겁고도,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정해놓은 예산 안에서는 합법적으로 좋은 물건들을 골라볼 수 있으니, 평소에 못했던 대리만족까지도 느낄 수 있달까. 일상에선 부담스러워도, 선물이니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 존재한다. 문제는 볼수록 내 눈에는 좋은 물건들이 점점 늘어나지만, 선물을 받는 사람이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은 지울 길이 없다는 점. 값비싼 물건이면, 비싼 가격이 부담이 될까 걱정스럽고, 소박한 선물이면 너무 약소한가 싶다. 내게 이쁜 물건이 그의 눈에도 예쁘면 좋을 텐데, 급히 받을 사람의 취향을 떠올리며 고심하기 시작한다. 이왕 준비해서 주는 선물인데, 마음에 드는 선물을 하고 싶은 것은 많은 사람의 바람일 테다. 너무 고민이 심해지다 보면 차라리 상품권을 주고 싶지만, 그 또한 성의가 없어 보일 텐데. 이 맘 때면 수많은 사람들이 초록창에 묻는다. 선물을 추천해 달라며 대중이라는 이름의 실체 없는 의견들에 기대어 이 고민을 슬쩍 해결하고 싶다. 받는 사람의 마음에 꼭 드는 선물을 주겠다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자면, 고기 같은 보편적인 먹거리를 사는 안전한 방법도 존재한다. 명절 선물이라는 행복한 고민이 집중적으로 시작될 9월이 이미 시작되었다.



인시즌을 시작하기 전까지, 선물을 만드는 일이 직업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물론 인시즌에서 만드는 다양한 과실 제품들이 처음부터 선물용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으니까. 다만, 너무 일상적으로 손쉽게 소비되어 버리는 식품이 되지 않길 바랬던 것은 사실이다. 생각보다 제대로 만들자면 과일 한 종류에 들어가는 손질만 해도 수십 번의 품이 들고, 기계가 아닌 사람 손으로 빚어내는 맛을 담아내려면 그 가치가 잘 보이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직접 제품의 사진을 찍고 용기와 설명서를 디자인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 손에 있었던 점은 참 다행이었다.


선물로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당연한 말인데, 선물을 만드는 입장에서 늘 질문으로 남았다. 선물을 주는 사람의 수많은 고민과 노력의 과정을 다 보여줄 길은 없고, 그저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몇 마디의 문구를 손편지에 적어 동봉하는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의 전부였다. 다만 선물과 카드 너머로 내게 선물을 보낸 그 사람을 알기에, 전해지는 무엇이 있다.


최근 생일을 지나면서 여전히 몇몇으로부터 작은 선물을 받았다. 나이가 들면서 언젠가부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생일선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작년에 누구에게 뭘 받았는지 가물가물한 것이 현실이다. 이쯤 되면 생일선물이란 그 날을 서로 기억하고 축하해 준다는 인사이자 예의의 다른 표현인 셈. 주로 기억에 남는 부분은 선물보다는 그 선물을 준 사람에 대한 것들이다. 같이 생일 케익을 자르던 그 날의 분위기와 함께 남기던 습관적인 사진들. 여자 친구들끼리 20년째 매년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고 비슷한 일을 하지만 매번 업데이트되는 서로의 기억들. 이번 생일을 지나면서 새삼스럽게 알게 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친구들은 당시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선물해 주더라는 점이다. 커피 쿠폰, 빙수 쿠폰을 하나 봐도 각기 다른 카페의 이름에 그녀들의 최근 생활패턴이 짐작되었다. 자기에게 좋았던 것이 친구에게도 좋을 것이란 그 마음과 기대가 나쁘지 않았다.


선물 속에는 결국 그 사람의 일상이 조금씩 드러난다. 짧게 보이는 단면을 통해 선물을 건넨 사람의 취향을 알게 되기도 하고, 알지 못했던 취향을 발견하기도 한다. 결국 자신의 눈에 좋아 보이는 것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어려운 자리에 보내는 선물의 경우, 자신의 안목이 평가받게 될까 봐 더더욱 고심하기도 한다. 그동안 사회적인 규제를 통해 선물의 가격마저 제한을 받게 되다 보니, 더더욱 한정된 범위 내의 선물 속에서 지혜롭게 마음을 전해야 한다. 아무리 검색을 돌려보고 타인들의 선물 추천리스트를 구경한다 해도, 결정은 결국 자신의 몫이다. '나라면 어떤 것이 좋을까'라고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 마음을 전하는 수밖에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선물을 다 직접 만들어 정성을 보일 수는 없더라도, 최선의 선택으로 가장 나답게 마음을 전하는 것은 가능하다.


지금, 당신이 선물을 받는 사람이 되어 다시 한번 차근차근히 찾아보자. 분명 당신만의 마음과 가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진짜 선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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