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담아둔 오미자를 지금 마시는 이유
상식처럼 제철이라는 말을 쓰지만, 과일의 제철이란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
대체로 과육을 그 자체로 먹는 과일들은 수확기를 기준으로 말하게 마련이다. 물론 여기에도 농원과 소비자 사이에 오차는 존재한다. 수확기에 나무에서 딴 과일은 경우에 따라 1~2주에 가까운 숙성 시간을 거쳐 시장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당일 나무에서 바로 딴 열매는 잘못 씹으면 맛이 나지 않고 너무 딱딱해서 나무 맛이 날 수도 있다. 배나 사과 같은 과일 역시 나무에서 따 내리면, 바람에 일주일은 말린 뒤부터 저장고에 숙성해 가며 출하가 시작된다.
그렇다면 과육을 먹지 않는 과일의 제철은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매실이나 유자, 또는 오미자처럼 가공을 통해 먹는 과일들은 수확기와 먹기 좋은 시기가 달라진다. 매실은 6월에 수확하지만, 매실청은 숙성 기를 지나 여름이후부터 먹기가 좋은 것처럼.
매년 9월 15일이 되면 오미자의 고장 문경에서는 축제를 연다. '문경 오미자 축제'가 열리면, 인근 주민들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붉고 영롱한 생오미자 열매를 맛보고 구경하고 사는 거대한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원래 오미자는 말려서 약재로 많이 쓰이다 보니, 생과로 청을 담그는 9월의 두 주간이 지나면 모든 농가에서 건조가공에 들어간다. 말린 오미자를 다시 물에 불려도 고운 분홍빛이 우러나지만, 생생한 빛깔과 맛을 살려 청을 만들자면 생오미자로 담그는 것이 탁월하다.
요즘에는 6월의 매실청처럼, 많은 가정에서도 9월이면 각기 농원에 오미자를 주문해 청을 담그기도 하고, 농원에서 아예 설탕과 섞은 것을 구매하기도 한다.
인시즌 역시 매년 9월 말이면 오미자 농원에 전화를 넣어 생과를 예약하고, 1년 치 오미자 작업을 준비한다. 농원에서 올라온 박스를 열맨 진하고 새콤한 향기가 코를 찌르고, 형광빛이 도는 핑크색 열매들에 눈이 어지럽다.
지난가을 담가 둔 오미자는 겨우내 저온에서 천천히 숙성을 마치면, 다음 해 봄부터 마시기에 좋다. 원래 오미자는 뜨거운 물에 마시면 떫은맛이 더 두드러지기도 하고, 열매의 특성상 차게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제 낮이 밤보다 길어지기 시작하면 시원한 음료를 마시기 좋은 날씨가 오고, 새콤한 맛의 계절이 시작된다. 화사한 음료들이 시선을 끌기 시작하는 나른한 오후, 지금 볼 수 있는 가장 화려한 아이스티를 소개해볼까 한다.
생오미자에서만 만날 수 있는 형광빛이 도는 핑크빛 음료는, 싱그럽게 기분 전환하기 좋다. 탄산이 필요하다면 익숙한 레몬에이드 대신, 오미자 레몬에이드. 시원함에 건강까지 함께 챙겨보자. 먹기엔 딱, 지금이 오미자 철이다.
오미자 아이스티 Omija Ice Tea/
오미자 레몬에이드 Omija Lemon-ade/
재료(1잔 분량/200ml)
차가운 물 100ml / 탄산수 100ml
오미자 배 청 30ml
레몬즙 2 tsp
레몬 슬라이스 1개
얼음 약 10개
만드는 방법
1 컵에 분량의 오미자 배 청과 레몬즙을 넣는다.
2 찬물/탄산수를 절반만 넣고 밑에 가라앉은 청을 저어준다.
3 얼음을 넣고, 나머지 물을 부어준다.
4 레몬 슬라이스를 장식해 시원하게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