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남쪽

당첨된 기분

by 송인섭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황금티켓, 너구리 라면의 다시마 2개, 네 잎 클로버....

행운을 상징하는 이야기들.

이 이야기들은 항상 행운 이면에 다른 이야기도 품고 있는데, 세 잎 클로버가 행복이고 네 잎 클로버가 행운을 뜻하는 것처럼... 이것들을 행운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마도 확률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데 오늘... 나에게도 평생 처음 보는 행운의 증표 같은 매우 낮은 확률의 일이 일어났으니...

두루마리 휴지가...

1칸씩 점선이 있어야 하는데.... 점선이 없어서 2칸 길이의 휴지를 발견했다!

난 한 번도 본 적도 그리고 들어본 적도 없다. 2칸 사이즈의 휴지를....

인터넷에도 찾아보았다. 너구리 라면의 다시마 2개는 꽤 많은 결과가 나왔지만 2칸 사이즈의 두루마리 휴지는... 아무도 써놓지 않았다!

08192025100639272.jpg 뭔가 세상에 나만 갖고 있는 소중한 물건(?!)이 되어버린.... 휴지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문득 오늘 로또라도 샀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좀 든다. 왜 꼭 이런 건 12시 2분쯤에나 생각이 나는 걸까. 발견한 시점으로부터 24시간은 안되려나.

뭐 어쨌든... 행운이란 때론 너무 중요하고 필요하다. 다들 성공에 관한 인터뷰를 보다 보면 꽤 많이들 행운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나도 인터뷰나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을 때가 있었다. 지금까지 음악을 할 수 있게 된 이유? 같은 질문들. 그럴 때에도 나는 운이 좋았다는 말과 동시에 주변에 너무 좋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항상 같이 하지 않았나 싶다.

진짜로 변화를 겪거나 중요한 시점에는 항상 주변의 엄청나게!!!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다 표현은 못했지만 진짜 어마어마하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중이다.

이번 독일에서의 시간 중에 베를린을 잠시 다녀왔다. 이번 일정 중에 처음 만나는 사람부터 아무 말도 통하지 않았지만 몇 시간을 함께 앉아 있어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단순히 만남의 횟수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 마음속의 고맙고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베를린 이야기는 한번 따로 할 예정)

마치 나만의 두루마리 휴지 2칸 같다. 수많은 인연들이 살아가면서 함께하는데 때론 중간에 끊어내기도 하고 구겨서 버리기도 하고 잘 이어가기도 하고 그런다. 그러던 와중에는 정말 뜻하지 않은 시간과 장소에서 만나는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실제 내가 본 2칸짜리 휴지는 한 번뿐이지만, 내 삶 속에서는 수많은 이 행운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웃기지만 난 오늘 이 휴지를 발견하고 따로 보관해 두었다가 아내에게 자랑도 했다. 이런 걸 본 적 있냐면서.... 물론 빵 터지면서 웃었다. 이것도 또 하나의 기쁨이다. 웃게 했으니...

지금 글을 쓰다 보니 이걸 마치 2달러짜리를 지갑에 갖고 다니는 사람들처럼 나도 따로 보관해서 지니고 다녀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2칸 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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