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의 뜻은 무엇일까요
독일에서 기차는…
DB(Deutsche Bahn)이라 불린다.
하지만 난 Delay Bahn이라고 부른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독일에서 기차여행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항상 타려는 기차의 앞 기차를 예매하시고, 갈아타야 한다면 30분 이내 환승은 고민해 보세요. 그리고 매우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장착하시고 기차에 오르세요.
사실 이번 독일에 오는 비행기 편의 시간은 좀 특이하긴 했다. 한국에서 오전에 출발해서 프랑스 파리에서 5시간의 환승 시간을 갖고 독일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은 시각. 하지만 준비된 계획은 완벽했다. 사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슈투트가르트 가는 기차를 예매했고 포르츠하임에 밤 12시 전에 도착하는 여정.
하지만 우리의 DB는…. 오지 않더라. 1시간이 지나고 밤 12시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온 기차. 나는 그 기차를 보내고 5분 뒤에 오는 칼스루헤행 기차에 올라탔고, 내려서 기다려 준 K와 E의 차를 타고 포르츠하임으로 왔다.
자... 이제 이번 베를린 여행도 이야기해 보자. 베를린으로 가는 기차도 물론 딜레이가 있었지만 포르츠하임으로 오는 기차 여정에 비하면 너무 소소한 이야기라서...
일단 하이델베르크행 기차를 타기 전부터 플랫폼 화면에 뜬 연착 소식과 더불어 5분도 남기지 않은 시간에 다른 플랫폼 안내하기. 긴장을 풀지 말고 끝까지 화면을 봐야 한다. 플랫폼 자주 바뀐다.
여기서 신기한 건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그 누구도 불평불만 하는 소리가 들리질 않는다. 사람들은 그냥 각자의 짐을 들고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거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보니 이번에 탈 기차는 DB 회사의 기차가 아니다. FLIX TRAIN.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FLIX BUS, FLIX TRAIN이 있는데 일단 값이 매우 저렴하다. 예전에 베를린에서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갈 때에도 플릭스 버스를 이용했었다. 많은 배낭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플릭스 버스와 트레인. DB 홈피에서 너무 싼 가격이 떠 있다면 플릭스 트레인일 가능성이 큰데, 사이트에서 말하는 가격은 플릭스트레인 제외한 가격이다. 플릭스 사이트에서 따로 티켓을 끊어야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자! 탔다! 하지만 이미 늦은 기차는 갈수록 멈춤이 잦아졌는데 여기서 엄청난 사실을 하나 더 말해줘야겠다. 이 기차에는 에어컨이 없다! 바람이 나오는 건 오직 열린 창문…근데 기차 한 칸에 창문은 절반도 안 되는 숫자만 열린다. 최대 15cm 정도?! 사람들이 가득한, 8월의 30도가 넘는 햇빛이 쨍쨍한 날씨에, 에어컨이 없는, 기차칸에서!!! 진짜 사람들이 자는 게 아니고 다들 기절... 근데 그 기절해도 덥고 습해서 깨는 듯. ㅎㅎ
그렇게 대략 5시간 정도의 예상시간을 갖고 있던 기차는 8시간은 걸려서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했다. 여기서 끝이라고요? 노노노노노노. 아니죠. 하이델베르크에서 우리는 칼스루헤로 가는 기차를 탔다. 딜레이 됐냐고? 이제는 당연한 걸 묻는 게 이상하다. 플랫폼 바뀌었냐고? 당연하다. 그렇게 어찌어찌 우리는 또 예상시간보다 더 늦은 시간에 칼스루헤에 도착하긴 했다. 이제 마지막 포르츠하임 방향의 기차만 타면 집이다! 사실 이미 집에 도착했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거의 다 왔기에 힘을 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우리가 타려는 기차에 몸을 실으니 안내 방송이 나왔다. 어쩌고저쩌고 하더니 포르츠하임 역에서 멈추질 않는다는 내용. 급하게 뛰어내린 후 열심히 구글 검색과 우리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버스를 타고 다른 간이역으로 가서 S Bahn을 타야 한다는데…ㅎㅎㅎ 웃음이 나오긴 한다. 좋다. 버스를 기다린다. 근데 버젓이 세워져 있는 정류장과 다른 곳에 버스가 한대 멈춰 선다. 모두들 눈치를 보며 그 버스로 가서 기사에게 묻는다. 기사는 대답은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창문을 가리킨다. 거기에는 A4 용지로 임시 운행 편이라 적혀있었다. 일은 이렇게 해야 하는 거구나. 그렇게 집단 지성으로 버스 타기 성공. 그렇게 간이역으로 이동했고 여기서 딱 한 번만 더 타면 된다!
과연 그럴까?
우리가 타려는 기차는 이미 밤 12시를 넘긴 S Bahn. 버스에서 내려서 기다린 지 한참이 되었는데, 구글맵에서는 기차가 계속해서 딜레이 된다. 시간이 1분 2분씩 야금야금 늘더니 원래 타야 할 시간에서 45분쯤 지났을 때 취소가 표시된다. 하하하하
그렇게 우리는 다시 한 시간을 더 기다렸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우리는 S Bahn을 탔고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가 넘었다 ㅎㅎㅎ 우리가 베를린에서 3시 30분 기차를 끊었으니 11시간 걸려서 집에 왔다. 우리가 구글맵에서 본 예상 도착시간은 밤 9시 30분이었는데... 근데 다시 한번 웃긴 건…. 아무리 기차가 연착되고 취소되어도 왜 그들은 화를 내지 않는가? 우리나라는 기차 연착되면 뉴스 나오지 않나? 아침에 서울 전철 잠깐 멈추면 뉴스 속보 아닌가?
그래서 결론은 독일 기차를 타고 이동할 생각이라면!!!!
행운을 빈다. 뜻하지 않은 친구를 사귈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