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의 주변

따라다니는 수조 이야기

<책의 주변> 16화

by 이훈보

나의 주변에는 내가 뭘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오래 본 사람들도 이 근방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사람이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했고 나는 늘 웃기만 했다. 키도 큰 편에 아주 사랑스러운 성격도 아니어서 애써 나를 탐색하는 이도 없었다.


'모모 씨는 무슨 일을 해.'라는 설명을 통해 나를 상상할 여지를 만들어주지 않은 나의 잘못이기도 했다. 직업이 없다는 것이 때로는 나를 설명하려는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다. 내가 조금 벌며 사람들과 떨어져 있는 상황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 또한 한몫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한두 번 정도 애써서 설명했던 일도 있었는데,

다들 묻고 듣고 잊곤 했다.


'물에 빠진 사람은 왜 물장구를 치는 것일까?' 나는 침몰하지 않기 위해 발을 굴렀다.


그런데 내 주변에 들어찬 물은 누군가에겐 보이지 않아서 나는 늘 카페 한 구석의 장면으로 새겨지곤 했다. 찰랑찰랑한 물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본다. 주기적으로 바닥을 차고 올라온다거나 새삼스럽게 버둥거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자판을 따라 흘러가 버렸다.


지금은 글을 써둔 덕분에 나의 곁에 어른거리는 굴절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벽이 없는 수조가 있고 저는 늘 헤엄치고 있어요."


아마 누군가도 내가 보지 못하는 수조 안에서 헤엄치고 있을 것이다.

그냥 그런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혹시나 이 글을 볼까 봐. 적어본다.


끝.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7525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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