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의 소리를 들어라

네 입 - 면 삶기!

by 이훈보

위에서 이어지는 글..


요즘에는 파스타가 흔해서 나오지 않지만 한때 영화나 TV에서 파스타 면이 얼마나 익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장면이 빈번히 등장했다.


한국 사람들은 칼국수나 라면은 많이 끓여봐서 별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 파스타 면은 한국의 여러 면들과 다르게 단단하여 평소의 감각으로 익히면 잘 익지 않았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당시를 회상하면 간단하게는 한줄기 꺼내서 먹어보는 사람도 있었고 타이머를 맞추는 사람도 있었고 벽에 던지는 기괴한 장면을 연출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오늘 할 이야기는 그런 번거로운 것은 아니고 우리 안의 감각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미 면이 얼마나 익었는지를 알고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시작하는 글이다.


무슨 소리인가 하겠다. 나는 면을 익혀 본일도 없고 시도를 해도 실패하는 일이 많은데 이미 알고 있다고? 그렇다. 나는 제대로 적었다. 당신은 이미 면이 얼마나 익었는지 알고 있다.


아직 물에 넣지 않았으면? 안 익었다.

먹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덜 익거나 더 익었다.

먹었는데 마음에 들면? 잘 익었다.


이 이야기를 하면 먹은 이야기를 갖고 끓이는 이야기를 한다고 억지를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완성된 면을 먹을 때면 당신은 분명 면이 얼마나 익었는지 알게 되고 그 정도까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뻔한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면을 삶을 때면 때때로 한 가닥 씩 꺼내서 먹어보세요?


아니다. 이미 갖고 있는 당신의 감각을 최대한 편리하게 활용하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많은 면을 먹어본 경험이 있다. 본인이 요리한 것일 수도 있고 남이 요리한 것일 수도 있는 그 어떤 면을 본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를 가릴 만큼 충분히 먹어본 것이다.


어? 나는 살짝 덜 익은 게 좋은데 이것 맛있게 잘 삶아졌다.

어? 나는 조금 푹 익힌 게 좋은데 이렇게 해주는 게 없는데 잘 삶아졌다.


아마 어디선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이로 씹었던 경험을 다른 곳에 응용하면 그만이다. 한두 번만 해보면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는 방법이다.


자 그럼 면을 삶으러 가보자.


물을 끓이고 면을 넣는다. 면의 종류는 무관하다. 당신이 이미 다 먹어본 면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어느 면이나 상관없다.


보통 우리는 면을 삶을 때 물에 넣고 잠시 뒤에 무얼 하는가? 아마 보통은 뭉치지 말라고 젓가락이나 집게를 사용해 휘휘 저어줄 것이다. 그때 아주 조금만 집중해보자. 나는 이것을 소리를 듣는다고 표현하는데 물속의 면을 툭툭 칠 때면 익힘 정도에 따라 탁! 탁!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 면을 익힘 정도는 도구를 이용해 툭툭 쳐보면 알 수 있다. 면을 물속에서 툭툭 쳐보면 마치 이로 씹는 것처럼 입안에서 느꼈던 면의 감각이 손끝에 전해지고 면이 얼마나 익었는지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이미 당신은 면을 충분히 먹어보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말도 안 된다고 하거나 어렵다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 아버지가 그랬다. 내가 처음 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게 되냐며 믿지 않던 아버지를 가스레인지 앞에다 세워놓고 시간을 나눠서 툭툭 쳐보게 했더니 바로 눈치를 채셨다.


잘 모르겠는데?

잠깐 있다 한 번 더 해보세요.

지금 한 번 더 해보세요

어? 이거 시간이 지날 때마다 느낌이 다르네?

그렇죠? 꺼내기 전까지 몇 번 더 건드려보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어요.


이걸 한 번 해보면 그 감각이 뭔지 쉽게 알 수 있고 잘 까먹지도 못하게 된다.

왜냐고? 당신이 아주 오래전부터 충분히 많은 면을 본인의 취향에 맞춰 먹어왔기 때문이다.


장담하건대 끓는 물에 면을 넣고 초반부터 시간을 나눠서 몇 번 면을 건드려 보면 그 면이 얼마나 익었는지를 알 수 있다. 당신이 입안에서 씹을 때 느꼈던 바로 그 면의 감각이 손끝에서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컵라면에서 이걸 몇 번은 해봤다.


다음은 땅콩샌드이야기를 써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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