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입 - 쫌!
내가 사 먹는 빵은 대부분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혹은 시장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꿀호떡이나 땅콩샌드, 소보루, 앙금빵 같은 것들 말이다. 동네에 유명한 빵집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맛있는 빵집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따로 들러 사 먹는 일이 별로 없다. 하긴 애초에 나는 외식과 같은 완성품을 잘 사 먹지 않는 편이다.
어쩌면 나는 빵을 안 좋아하는 것일까.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밥 대신 빵을 먹기도 하고 밥을 먹고 빵을 먹고 빵을 먹고 또 빵을 먹기도 하니까. 어쩌면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빵에 대한 평가가 조금 박한 감이 있다.
케이크 같은 경우는 '좋다'라고 생각한 집이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빵보다 더 까다롭게 군다. 먹지 않는 것은 아니고 감탄을 적게 한다고 해야 할까. 보통의 빵은 괜찮다고 생각해도 찾아가 사 먹지는 않는다. 그래도 간혹 정말 맛있는 빵을 먹을 때면 무척 기분이 좋다.
어린 시절에는 식빵을 주로 먹었다. 소시지와 케첩이 들어간 흔히 이야기하는 피자빵 같은 것들은 귀하다고 해서 먹었지 맛있다고 생각한 일이 거의 없다. 단 음식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빵이란 게 조금 달다고 느끼는 것도 같다. 나는 그냥 빵의 형태가 가끔 생각나고 그때 빵을 사 먹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의 빵 이상을 잘 찾지 않는다. 취향일 수도 있고 어쩌면 주머니 사정 때문일 수도 있고 아무튼...
그래도 즐겨먹는 빵은 있다. 땅콩샌드와 꿀호떡. 오늘은 그중 땅콩샌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땅콩샌드는 정말 자주 사 먹는 빵 중 하나인데, 아마 어린 시절부터 먹었기 때문에 가끔 생각나는 듯하다. 오늘도 몇 달 전에 써둔 이 글을 완성하기 위해 땅콩샌드를 하나 사 먹었다.
땅콩샌드의 맛이 시중의 빵집에 비해 서운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골판지 상자를 씹는 듯한 빵의 질감이나 정체불명이라고 할 만큼 느끼하고 알 수 없는 땅콩버터 맛을 이야기하면서 천오백 원이 안 되는 빵의 맛에 대해 평가할 생각도 없다. 나는 오늘도 땅콩샌드를 즐겁게 잘 먹었으니까. 이미 어떤 측면에서 땅콩샌드는 나에게 맛 이외의 무엇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땅콩샌드 안의 크림이라는 것이 이제는 좀 잘 발라져 나올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빵을 팔던 작은 회사들이 빌딩도 올리고 사업도 성공해 수천수백억의 자산가가 되었으면 적어도 소비자가 빵을 쪼개 대충 찍 짜 놓은 크림을 넓게 펴 발라야 하는 수고로움 만큼은 좀 해소해줄 때가 된 것 아닐까?
맛이야 뭐 취향이라고 하고 그 돈으로 그 이상의 것은 만들 수 없고 만들 생각도 없다고 하면 그것까지는 이해하겠다. 솔직히 나도 큰 불만이 없다. 하지만 그 안의 크림만큼은 이제 균일하게 발라져 나올 시대적 배경이 완성된 것 아닐까?
편의점의 무수한 음식들의 모양과 정성이 날이 갈수록 발달하고 깜짝 놀랄 만큼 외형이 멋들어지게 나오는 세상인데 도대체 이놈의 땅콩샌드 크림은 성의 없이 중앙에 찍찍 뿌려져 소비자가 직접 빵을 뜯어 펴 바르지 않으면 안 되는 사태가 2021년까지 이어지고 있느냐는 말이다.
솔직히 이 정도는 그들이 충분히 빌딩을 올리고 외제차를 끌기 전에 소비자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다른 모든 과자와 빵들이 지금의 땅콩샌드와 같은 형태로 크림이 발라져 나온다면 '아! 빵이나 비스킷 사이에 안정적인 모양으로 크림을 넣는 것이 21세기가 되어도 완성할 수 없는 아주 어려운 기술과제군요!' 하며 이해할 여지가 있겠지만 정말 극 소수의 제품만이 과거의 불편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일까?
이걸 해주지 않는 것은 아마 땅콩샌드를 소비하는 층이 이런 불만을 갖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갖는다고 해도 니들이 어쩔 거? 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에이 그건 아니겠지...
그럼 이제 좀 잘 발라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