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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스트 버스터즈>를 봤습니다.

영화를 이끄는 '캐릭터'들의 축제(Festival)

by 도시파도

디스코 음악 '고스트 버스터즈'

제가 '고스트 버스터즈'를 처음 알게 된 건 영화와 동명의 OST '고스트 버스터즈'였습니다. 처음 그 디스코 음악을 들으면서 저는 너무 신이 나 몸을 가만 둘 수가 없었습니다. 신디사이저의 흥겨운 연주와 후렴인 '고스트 버스터즈~'에 몸을 맡기며 내적 댄스 상태에 있게 하는 정말 마법의 노래였습니다. 거기까지가 <고스트 버스터즈>의 배경지식 전부였습니다. 저는 원작(고스트 버스터즈, 1984 作)을 보지 않은 관객 중 한 명이었습니다. OST의 음악과 멋있는 장면이 어우러지는 영화를 기대하며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어디서 본 이야기인데...

<고스트 버스터즈>는 코미디 영화임에도 히어로 영화의 이야기와 흡사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인물들이 모여서 세상을 구한다!!" 이런 모티프는 히어로 영화에서 곳곳 보이죠. 최근의 사례를 들자면, 약자들의 연대를 표방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들은 무법천지의 우주가 아닌 정치적 사안에 민감한 도시(뉴욕)에서 유령을 퇴치하고 있습니다. 뉴욕 시는 고스트 버스터즈가 시민을 괴롭히는 유령을 물리쳐주니 도움은 되지만, 전면적으로 지지하자니 유령의 존재를 인정하는 꼴이 되니 난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고스트 버스터즈는 뉴욕 시에게 도움을 받지만, 공식적으로는 부정당하는 처지가 됩니다. 고스트 버스터즈의 이율배반적 상황은 '배트맨'이 겪는 상황과 유사합니다(영화 속 인물이 직접 언급하기도 합니다.).


'캐릭터'가 이끄는 힘

그러나 저는 이 영화를 지루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고스트 버스터즈>는 그저 히어로 영화를 배끼기만 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거기에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초자연 현상에 열광하며 찾는 '애비(멜리사 맥카시 분)', 과거에 좋아했던 초자연 현상 때문에 직장을 잃고 억압된 자신의 욕망(초자연 현상이든, 성적이든)을 마음껏 풀어버리는 '에린(크리스틴 위그 분)', 매사가 신나고 쿨한 공학자 '홀츠먼(케이트 맥키넌 분)', 의미없는 직장에 싫증이 나 재미를 찾아 합류한 '패티(레슬리 존스 분)',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들어온 섹시한 백치 꽃미남 '케빈(크리스 헴스워스 분)'. 메인 캐릭터들의 설정과 케미는 영화의 뻔한 이야기를 상회할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케빈을 바라보는 에린의 욕망이 나오는 장면은 기존 '여색을 밝히는 남주인공-금발섹시백치미녀'의 성 구도를 뒤엎는 쾌감과 유머를 담은 재밌는 장면이었습니다. 홀츠먼은 쿨함과 4차원의 경계를 오가는 게 매력적이라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 캐릭터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가 뻔해서 별로라는 분도 계실 겁니다. 맞는 말입니다. 영화의 이야기가 그리 독창적이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뻔하다는 이유만으로 영화의 가치를 매기는 건 조금 섣부르다 생각합니다. 이야기의 독창성은 영화를 감상하는 '하나의' 기준에 불과합니다. <고스트 버스터즈>는 어딘가 들어 본 이야기 속에 캐릭터의 매력과 유머코드를 드러냄으로써 관객에게 어필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습니다.


에필로그)

사실 처음 케빈을 봤을 때부터 '이 사람이 진정 토르인가.. 같은 사람이 맞나' 계속 자신에게 물어보고, 케빈을 뜯어봤습니다. 그 정도로 바보 연기를 너무 잘했기 때문입니다. '그냥' 바보 연기를 잘 합니다. ㅋㅋㅋ 크리스 헴스워스의 다른 연기를 보는 맛이 신선했습니다. 아 그리고 영화 감독인 폴 페이그가 멜리사 맥카시와 함께 영화 <스파이>를 했었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전작처럼 미국의 대중문화를 알면, 웃긴 유머코드도 적당히 나오더군요. 주인공들의 만담도 영화의 재미 중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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