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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Nov 22. 2022

03. 그게 너를 위한 엄마의 사랑이야

[100 인생 그림책] 난생처음 네가 웃었지.

난생처음 네가 웃었지. 널 보는 이도 마주 웃었고.


유난히 까맣고 맑은 너의 눈동자 속에 내가 있었어. 네 눈빛 속의 나는 웃고 있었지. 태곳적 자연을 간직한 하와이의 원시림을 볼 때 보다 강렬하고 환희에 찬 순간이었어. 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을 한 셈이야. 뱃속에 우주가 있었던 거야.


너는 조금 두렵고 낯선 눈길로 나를 쳐다보았어. 산다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예감을 해서였을까. 불안한 눈빛 속에서 나는 너의 실패를 보았고 외로움을 보았고 고통과 상처를 보았지.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의 고단함, 그래서 인간 대 인간으로 느낄 수 있는 동질감을 갓 태어난 너에게 느꼈던 거야.


그래, 너의 앞날엔 어두운 밤도 비 오는 날도 있겠지. 나는 너를 목숨을 걸 만큼 사랑하지만 깜깜한 밤을 거두어 갈 수도 세찬 비를 그치게 할 수도 없어. 하지만 밤하늘의 별을 보며 아침을 기다리는 법을, 비에 홀딱 젖고도 웃을 수 있는 법을 알려줄게.


너를 위해 건강할게.

너를 위해 행복할게.

너를 위해 세상의 아이들을 품을게.

너를 위해 악을 미워할게.

너를 위해 생각하고 너를 위해 버틸 거야.

나는 네 엄마니까.








그게 너를 위한 엄마의 사랑이야


[100 인생 그림책]

하이케 팔러 지음, 발레디오 비달리 그림, 김서정 옮김, 사계절


한동안 아이를 위한 글을 쓰지 못했어요. 내가 엄마인 것도 어색하고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서요. 무엇보다 아이가 생기기 6개월 전 어머니를 떠나보내며 죽음에 더 가까운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이 무너졌는데, 아이에게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줘야 하다니요.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까만 눈빛에서 저는 죽음을 먼저 보았어요. 태어남과 동시에 결정된 단 하나의 사실, 너는 반드시 죽을 거라는 것. 내 어머니처럼 너 또한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언젠가 기어이, 정녕, 어김없이 세상을 등질 거라는 사실이죠. 태어나 처음 본 엄마의 눈빛에서 슬픔을 읽었을까요? 아이는 울지 않았어요. 티 없이 맑은 눈으로 가만히 그냥 저를 쳐다보더군요. 어렴풋이 미소를 지으니 그제야 입을 움찔거리며 울음을 터트렸어요.


어머니의 뒤를 따르려던 저의 계획은 그렇게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해요. 죄책감이 들어도 먹고 아이에게 젖을 줘야 해요. 억지로라도 웃고 아이에게 온기를 전해주기 위해 따뜻해져야 하죠.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해야만 하는 삶일지라도 나는 끝끝내 내 생을 붙잡았고 그게 엄마의 사랑이란 걸 알려주고 싶어요.


글을 잘 쓰기 위한 100일간의 챌린지
‘그림책에서 첫 문장을 빌려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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